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점점 더 잔인해지면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멘붕'에 빠졌다.
최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수입 불허 통보를 받은 애경과 이아소 등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질검총국이 지난 3일 발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 포함된 애경의 목욕 세정제는 문제 시정 후 현재 수출이 재개된 상태에서 갑자기 명단이 공개돼 회사측은 중국 정부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애경 관계자는 "제품에 금지성분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판매금지를 당한 후 성분을 바꿔 수출하고 있는데 뒤늦게 중국 정부가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며 "애경은 중국에 수출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너무 당황스럽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아소 역시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수입 불허 조치를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중국 동관항 통관절차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서류 미비를 이유로 홍콩으로 반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아소의 로션 시리즈2 세트, 영양팩, 에센스, 각질 제거액, 보습 영양 크림, 메이크업 베이스, 세안제, 자외선 차단 로션 등은 유효 기간 내 화장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등록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승우 이아소 사장은 "작년말 중국 정부가 동관항 측에 '한국 화장품 통관에 문제가 없다면 문제를 만들어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 회사는 까다로운 위생허가까지 받아 통관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중국 정부가 사드 때문에 일부러 문제를 만든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부당한 중국 정부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 불허 조치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화장품 수출에 크고 작은 차질을 빚어왔다.
화장품 업체들은 이번 명단 발표가 중국 정부의 새로운 제재의 신호탄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제품 모델로 한국인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가지 보복 조치가 있어왔다"면서 "이번 수입 불허 조치가 새로운 제재의 시작은 아닌지 사실 두렵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 관영매체에서 한국 화장품 수입 중단을 대놓고 이야기한 것을 보면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 중국 지사 쪽 반응"이라면서 "그 동안 비공식적으로 뉘앙스만 풍기던 것과 달리 강경 모드로 나가겠다는 사인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7일 '한국이 사드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제하의 사평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앞잡이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너무나 값비싼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수입 불허를 면한 업체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이같은 무역 보복 조치를 밀어붙일 경우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C사 대표는 "지난해부터 중국 수출 건으로 출장을 가기로 했는데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 제조시설을 마련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생산을 늘려 대응하는 것 밖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수출 뿐 아니라 내수도 비상이
[전지현 기자 / 강다영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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