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마저 뇌물로 보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뭐라고 항변하기도 어렵습니다. 막연한 반기업 정서를 껴안고 경영 활동에 나서야 하는 고약한 상황입니다." (10대그룹 고위 임원 C씨)
CJ 등 다른 대기업들은 특검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투자 계획 등 굵직한 현안이 지연됐다. 특히 재계는 특검이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을 뇌물공여 혐의로 보고 구체적인 금액 등을 고려해 조사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16일 재계 한 임원은 "정권이 길을 막고 돈 달라고 손 내미는데 기업 입장에서 안 낼 재간이 있겠느냐"며 "사실상 빼앗기다시피한 돈을 뇌물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한 논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1월은 각 기업들이 한 해 사업 초석을 세우는 중요한 시기인데 경영진이 계속 소환조사 당하게 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재현 회장 사면을 위해 박근혜 정권 문화 사업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은 CJ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손경식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할 때 직접 사면을 부탁한 것도 아니고 가족인 이 회장 건강 악화를 우려해 선처를 언급한 정도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삼성 수사를 강하게 진행하면서 재단에 출연했던 나머지 기업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며 신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 새해 경영계획 수립 등 당분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도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숨죽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단 출연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도 많다. KT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미칠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 관계자는 "정부의 압력에 기업이 동원되고 결국 기업이 이렇게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연임 결정되는 25일 이사회를 리스크를 벗어날 수 있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기회에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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