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동통신 특허 및 칩셋 선도기업인 퀄컴을 불공정 혐의로 제소했다.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비싼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강압했다는 의혹이다. 중국, 한국에 이어 본거지인 미국도 퀄컴의 갑질 영업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연간 약 2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특허공룡 퀄컴이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FTC는 "불공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경쟁사가 피해를 보고 시장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을 저해했다"며 퀄컴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이날 제소했다.
퀄컴은 자사의 특허를 사지 않으면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를 공급하지 않겠다며 고객사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는 2G 3G LTE 등 이동통신 기술과 휴대폰 본체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하는데, 퀄컴은 관련 라이센스 분야에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FTC는 또 퀄컴이 애플에 모바일 칩을 독점공급하기 위해 애플에게만 칩셋 특허료를 할인해주고,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FTC는 "퀄컴은 칩 제조사가 애플과 협력한다면 사업능력이 강력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애플이 경쟁업체와 협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점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FTC 발표로 퀄컴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약 5조원(43억 달러)가 증발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특허료를 받을 수 있었던 기존 거래방식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 대만 경쟁당국 등이 비슷한 건으로 퀄컴을 조사하고 있어 퀄컴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FTC는 2014년부터 조사에 착수해 이날 제소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FTC의 제소 방침은 앞서 이루어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조치와 매우 유사하다.
지난달 공정위는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이동통신 특허와 모뎀칩셋을 '끼워팔며' 고액의 특허료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무차별적으로 개방하라는 FRAND 원칙을 어
퀄컴은 "전형적인 오해(misconecption)"라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퀄컴이 현재 한국 고등법원에 시정명령 집행정지를 신청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에서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나현준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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