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향후 한·미 무역·통상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취임 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6개 국정 기조에서 '엄격하고 공정한 무역협정'을 강조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및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함께 기존 무역협정 위반사례를 조사해 정부 차원의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협정으로 일본, 베트남,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이 동참했으며 아직 발효되지는 않았다. 미국이 TPP를 탈퇴하거나 비준을 연기하면 TPP 참여국이 아닌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TPP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의 무역이 위축되면서 베트남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도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가 불공정 무역행위 제재 강화, 미국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 환율 조작에 대한 강력한 대응 등 미국의 통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강력한 무역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와 함께 트럼프가 '불공정 무역 철퇴' 기치를 내건 만큼 중국·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의 보복관세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등 극단적인 조치가 실제 실행될 지도 관심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발 보호무역이 현실화되면 한국·중국·일본이 최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꼽은바 있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통신장비, 컴퓨터·부품, 자동차, 스포츠 의류 등을 꼽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협정"이라고 비판한 만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연구위원은 "한·미 FTA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완전 철폐보다는 기존 양허안의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하거나 법률서비스처럼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의 이행에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대한 개방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 혜택이 축소되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가전, 철강 등 업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의 반덤핑 부과 건수가 늘면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수출도 위축될 것으로 염려된다.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제4차 공동위원회에서 한국 측은 한·미 FTA가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 측 역시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미 통상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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