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성동구 롯데마트 행당역점의 식품 코너.
오전 10시 20분께 롯데마트 직원들이 미국 아이오와에서 수입된 '하얀 계란'을 카트 3대로 끌고와 매대에 깔아놓자 영하의 날씨에도 이른 시간부터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금란(金卵)' 대접을 받는 국내산 계란 대신 수입란을 구매하려는 고객이다.
미국산 계란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김배진(28) 씨는 "미국 농무성(USDA) 기준에 맞게 엄선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승인한 계란이라니 안심이 돼 한 판 사먹기로 했다"며 "동네 슈퍼마켓의 국내산 계란 한 판이 1만2000원을 훌쩍 넘는데 수입란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며 계란 한 판을 카트에 내려놨다. 이날 기자가 롯데마트 행당역점에서 한 시간 동안 수입란 매대를 지켜본 결과 5명의 고객이 수입란을 집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식약처 검역을 통화한 미국산 계란을 판매하기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작년 11월부터 벌어진 'AI 파동'으로 국내산 계란값이 폭등한 지 두 달째, 이날부터 대형마트까지 미국산 계란 판매에 본격 가세하면서 '닭의 해'인 정유년 설의 계란 값이 진정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수입란을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은 나뉜다. 일단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국내산 계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마트가 판매를 시작한 미국산 계란의 한 판(30입)당 가격은 8490원으로 계란 한 알당 283원꼴이다. 롯데마트가 함께 판매중인 국내산 '행복생생란(10입)'은 3680원으로, 수입란이 한 알당 23% 싸다.
롯데마트 행당역점을 찾은 김옥만(72) 씨는 "검역을 통과했으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믿고, 저렴하기까지 하니 먹어보고 맛있으면 더 사먹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역에 대한 불신감은 수입란보다 국내산 계란을 찾게 하는 이유다. 주부 차모 씨(40)는 "30개월 된 아이가 있어 가급적 국내산 계란을 먹일 것"이라며 "안전한 제품이 깔렸겠지만 수입되는 과정을 잘 모르고, 수입란 성분을 직접 분석해보지도 않은 만큼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수입란 대신 P사의 유정란(10입·7700원)을 샀다.
송영철 롯데마트 행당역점장은 "오늘 처음 수입란을 진열대에 놨기 때문에 당장 판매량을 알 수는 없다"며 "설 연휴 전에 얼마나 팔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본사는 준비한 물량이 완판되기까지는 3~4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판매를 시작한 미국산 계란은 모두 100t로 약 5만 판, 150만 개 수준이다. 항공직송으로 서둘러 들여왔지만 하루 평균 계란 소비량 4300만개(AI 파동 이전 기준)를 채우기에는 설을 앞두고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유태 기자 / 나현준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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