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타결하지 못한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법의 경계까지 넘나드는 볼썽사나운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불법 소지가 있는 파업을 이어왔고, 회사 측도 교섭 거부로 맞섰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릴 예정이던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임단협 제74차 교섭은 무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초 가입한 금속노조의 관계자들이 협상에 참여하려 하자 대기 중이던 회사 측 교섭위원들은 교섭장에서 빠져나가면서다.
한 공인노무사는 "상급단체 관계자가 있다는 점 때문에 예정된 교섭을 하지 않았다면 단체교섭 거부·해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단체교섭 거부·해태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말 금속노조에 가입신청을 했고, 올해 초 금속노조로부터 편입 통보을 받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조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교섭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교섭의 정당성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자료를 요청했다"며 "아직까지 노조가 근거자료를 (주는 등)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금속노조 관계자를) 교섭장에 데리고 오니까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대상이 누군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파업도 불법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되는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최대 이슈가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 노조의 임금협상안에서 일정 부분 양보를 할 수 있으니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적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이사회가 지난해 11월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방안을 의결한 뒤 더 강하게 반발해왔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이 노사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회사의 구조조정은 조선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5년 기업 구조조정은 고도의 경영상 판단으로 교섭 대상도 아니고 파업의 목적도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파업의 목적이 분사 등 구조조정 저지에 있다고 인정되면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 된다.
노조 측은 현재 갈등이 회사 측의 구조조정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협은 물론이고 단협 조항에도 회사가 금전적으로 종업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회사 측이 제시한) 임금 삭감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고 전
앞서 회사 측은 지난 19일 열린 제73차 임단협 교섭에서 올해 말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직원 임금 20% 반납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안이라며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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