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정부의 문화예산은 예술가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간접 지원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또 문화예산 사업을 통폐합해 단위 사업당 규모를 키우며 사전 및 사후관리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구설수에 올랐던 문화예산 사업에 대해 정부가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앞으로 정부가 민간 예술인에게 제작비 인건비 등을 직접 보조하는 비율을 줄이고 문화 생태계 조성 사업에 더욱 예산을 투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약 5조~6조원에 달하는 문화예산 중 약 70%가 보조금으로 쓰인다. 가령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이 시각예술 전통예술 관현악 등에 대한 지원 공고를 내면 예술가가 응모를 하고 향후 선정이 될 경우 이를 지원하는 식이다. 이같은 지원을 '직접 지원' 혹은 '프로젝트 지원'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같은 지원이 특정인 혹은 특정 단체에게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예기금과 연이 닿거나 노하우가 쌓인 기성 예술인들을 정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계속 따가는데 비해 신규 진입자 혹은 소외된 예술인은 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최근 불거진 문체부 블랙리스트 건 역시 이같은 구조 속에 정부가 기성예술인을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측면이 크다.
이에 앞으로 정부는 유럽 등에서 시도되고 있는 '기반 조성을 위한 간접 지원'으로 예산편성 방향을 튼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인프라 구축이다. 예를 들어 지역 거점마다 공연장 등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하는 예술단체에게 대관료를 싸게 해주는 식이다. 정부 예산이 한 번 투입됐지만 수많은 단체들이 골고루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좋은 예술작품을 만들면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는 생각 하에 창작자 중심으로 지원을 해왔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선진국에선 예술공연장 등 시설을 지어 문화 생태계를 만들고 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틀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엘리트 체육' 위주에서 '생활 체육'으로 바뀌듯이 문화 역시 '엘리트 문화'에서 '생활 문화'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에 추진한 문화사업 통폐합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체부 사업은 2013년 499개에서 올해 354개로 상당 부분 축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예산을 가진 환경부 등 타부처에 비하면 사업 개수가 100여개 정도 더 많다는 평이다.
더 큰 문제는 사업에 꼬리표처럼 달린 '내역들'이다.
가령 애니메이션 사업의 경우 '어린이용' 혹은 '단편' 등 세부내역들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이 상황에서 만일 '장편 애니메이션' 사업을 지원하려면 또 새로운 내역을 만들고 예산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내역들을 통폐합해 '애니메이션 사업'으로 일원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문체부 및 예산 집행기관이 보다 자율적으로 세부사업을 편성하면서 더 큰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10년간 3조원대에서 6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문화예산 증가율이 빠르다고 판단해 당분간은 몸집불리기보다는 지출 효율화에 신경을 쓴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안이 실현될 경우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문화예산에 대한 불신이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화계 황태자'라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을 등에 업고 유력 예술인을 통제하며 문화예산을 끌어쓴 바 있다. 예산 증가율이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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