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발권 창구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고객이 30kg 이상 수하물을 가져오며 '공짜'로 짐을 실어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23kg 이상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을 밝히며 원칙대로 일을 처리했다. 그러자 해당 손님이 그 자리에서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했다. 거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화가 난 해당 손님이 목적지에 도착 후 '고객의 소리'(고객 불만창구)에 글을 기고하며 A씨를 언급했고 이 때문에 A씨는 손님에게 사과하고 경위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A씨는 "그 사건이 있은 후 근 일주일간 정신적으로 너무 큰 고통을 받았다"며 "아무리 고객을 위한 서비스직이라고 하지만 너무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앞으로 A씨와 같은 고객응대 근로자(감정 근로자)는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타부처로 옮길 수 있게 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일 사회적 약자보호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며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법이 개정되면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근로자 건강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시 근로자의 신청으로 업무 전환이 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가령 A씨의 경우 정신적 질병이 인정되면 항공사 내 다른 업무(관제 등 비고객 담당부서)로 전출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A씨와 같이 고객을 직접적으로 응대하는 마트 백화점 항공사 등 약 800만명의 감정노동자가 이전보다 폭넓은 '업무 선택의 자유'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갑질 고객)에 대한 수사도 강화된다. 사업자 혹은 근로자에게 폭언·폭행을 일삼는 고객은 앞으로 경찰의 집중단속 대상이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가게 업주들에게 이를 가지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 등이 보고됐다"며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경찰은 앞으로 엄중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건물·아파트 경비원에게 주민이 폭언이나 폭행을 할 경우 올해 3월부터 해당 요소가 참작돼 가중처벌받게 된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것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앞으로 법무부는 술에 취한 사람이 여성·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특별한 동기 없이 전치 4주 이상 상해를 입힐 경우 가해자를 구속하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은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해도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된 경우네는 불구속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예외없이' 구속을 구형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행위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해당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강남의 한 중소기업 아들이 비행기 기내에서 난동을 일으켜 물의를 일으킨 '기내 난동'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만취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릴 시 기존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됐는데 앞으로는 항공보안법이 개정돼 벌금형 외에도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이 추가된다. 다시 말해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 등을 폭행할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이외에도 항공기에 탑승할 때 승무원이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 제재 수단을 가지고 탑승하게 된다"며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년 약 300~400건에 달하는 기내 불법행위가 줄어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가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권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가 각각 경제관계장관회의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주재한 적은 있지만 이같이 '사회적 약자'만을 대상으로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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