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을 흉내내려는 자세로 일관해 경쟁력을 상실했다."
"책임 회피를 위한 '어찌하오리까' 란 악습이 팽배해 있다."
효성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이면엔 처절한 자기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5일 매일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효성 전략본부가 작성한 2015년 2월 '경영진과의 대화'라는 내부 보고서는 "30~40년간 같은 제품을 만들어왔음에도 혁신 없이 흉내내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 안일한 자세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 ▲ 품질 및 기술 부족으로 고객 신뢰 얻지 못한 것 ▲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는데 소홀한 것 ▲ 책임 회피를 위한 '어찌 하오리까'란 악습 팽배란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이는 그 전 해까지 일부 사업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분석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효성은 2012년 12조 6117억원이던 매출액이 2013년 12조 5792억원, 2014년 12조 1771억원으로 줄어들고, 중공업 ·건설 등의 사업부문에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보고서에선 "각 사업부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성과를 낼지 찾으려는 노력보단 시황과 우리 실력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았냐는 환경 탓만 한다"며 "독립된 사업체나 법인이었으면 부도가 났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금은 효자 사업부로 자리매김 했지만 2014년까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중공업PG에 대해선 보다 신랄한 분석이 있었다. 보고서는 "중공업PG는 협력업체가 제공하는 견적 가격을 검증도 없이 사용해 가격이 적정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구매하고 있었다"며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값을 내려 구매하지 못해 비용 누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량제품을 다루는 방식이 십수년 전과 비교해 변화된 것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부보고서를 계기로 효성은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이뤄지면서 중공업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4년 52억원에 불과했던 중공업PG 영업이익은 2015년 1522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결과적으로 효성은 2015년 영업이익을 9502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영업이익 1조원 목전까지 다가선 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 '1조클럽' 가입에도 성공했다.
효성 관계자는 "2014년까지 글로벌 중전기기 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윤진호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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