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상품 전면 판매 중단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에서 한 중국관광객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에 대비해 서울 시내 13곳으로 늘어난 시내 면세점은 중국 정부의 관광 상품 중단 소식에 "날벼락"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비중이 절대다수인 명동·동대문 인근 호텔은 "이제 업(業)의 존폐 기로에 섰다"는 비명까지 들린다. 'K뷰티'를 선도했던 화장품 업계도 높은 면세점 의존도가 높은 탓에 매출 급감을 멀지 않은 미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작년 면세점에서 외국인이 소비한 지출액은 공식적으로 약 76억달러다. 이 가운데 유커가 쓴 비용은 67억5000만달러(면세점업계 추산치)에 달한다. 외국인이 방한 때 쓴 돈의 88%가 유커에게서 나왔다는 얘기다. 중국의 관광 중단 조치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비중이 최악의 경우 '절반'으로 쪼개진다고 가정하면 유커 지출액은 33억7000만달러로 반토막난다. 이어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의 지출액이 작년 수준만 유지한다고 해도 전체 외국인의 지출액은 42억2000만달러로 급감한다. 면세점 업계의 매출 감소가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2015년 6곳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올해 13곳으로 늘어난다. A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의 외국인 전체 매출액은 2013년 40억달러를 간신히 돌파했는데, 중국 정부가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전면 차단하면 면세점의 시계는 4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한숨지었다. B면세점은 "최근 세 차례에 걸친 특허심사에서 면세업 특허를 받은 업체들은 중국발 비보에 초상집 분위기"라며 "자사 중국인 매출비중이 60~70%인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쪼그라들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특히 B면세점은 이미 중국인 단체 관광 상품을 없애기 시작했고,일본과 미주 지역 관광객으로 대체하는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호텔업계도 울상이다.
외국인이 주로 찾는 명동 소재 세종호텔은 사드 후폭풍으로 40%까지 치솟았던 중국인 객실점유 비중이 최근 20~30%로 떨어진 상태였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다면 상당히 심각한 매출 타격이 우려된다"며 "이미 모객이 쉽지 않은데 대체할 손님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명동 인근의 3성급 H호텔은 중국인 매출 비중이 60%를 넘는다. H호텔의 매니저는 "명동과 동대문 인근 3성급 이하 호텔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있기에 존재한다"며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아 '유커 절벽'이 현실로 나타나면 인근 호텔 가운데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것이란 예측은 결코 상상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명동에 오픈한 호텔의 관계자는 "당장 중국인 예약이 취소되진 않았지만 중국인이 줄어들면 모객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예의 주시중"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면세점에서 화장품 구매액 중 유커 비중은 80%다. 작년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에서 면세점 비중은 약 22%,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4734억원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경우 면세점 매출이 8000억 원대로 감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면세점 매출 비중이 약 16%(화장품·식음료 등 포함)인 LG생활건강도 작년 9750억원대의 면세점 매출이 5000억원대로 급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잇츠스킨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에 따른 타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기 어렵다"면서도 "면세
[김유태 기자 / 박은진 기자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