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데이빗은 AI 채팅 로봇(챗봇)으로 음식 추천과 주문을 돕는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속 쓰린데 뭐 얼큰한 것 좀 없니?"라고 물으면 해장에 도움이 될 맛있는 음식을 추천해 주고, 이용자들이 편하게 주문까지 마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데이빗은 우선 음식, 맛, 양, 취향, 상황 등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된 수만가지 우리말 표현을 익힌다. 데이빗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A.I.'의 주인공에서 따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는 지난 해 네이버의 AI플랫폼 '아미카(Amica)'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처음 AI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AI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네이버의 기술은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 데이빗 프로젝트는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끈다. 김 CTO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으로 엔씨소프트와 SK플래닛에서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우아한형제들엔 지난 2015년 합류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현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우선 특별팀을 꾸린다. 추후 외부 AI 전문가들을 추가 영입해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특별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10년 처음 출시된 배민은 현제 과반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코리안클릭이 집계한 지난 1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비율에 따르면 요기요 35%, 배달통14%, 배민 51%으로, 배민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해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미빛 전망만은 아니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최근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이용자 할인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며 회원 이탈 방지에 힘쓰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 6개월간 시장 점유율이 큰 변동 없이 고착화됐다.
더욱이, 국내 인터넷 '빅2'인 네이버·카카오가 최근 배달 시장 진출을 선언해 판 전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는 이달 말 카카오톡 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네이버는 지난 달 검색과 연동한 챗봇 주문을 시범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번 AI 프로젝트 개발은 더욱 치열해질 배달 시장을 위한 선제적 대응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향후 AI 기술을 배달서비스에 접목시킬 가능성이 크다"면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성큼 다가온 지금 푸드테크 분야에서도 다시 한 번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용자들이 더욱 편하고 즐겁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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