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맥주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주류업계의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제맥주 전문점. [출처 = 매경DB] |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정부의 국산맥주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수제맥주 소매점 진출을 위한 업체들의 물밑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LF는 올해 초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 지분 50%를 인수하며 주류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독일식 수제맥주집 그릭슈바인을 운영하는 SPC그룹도 소매점 유통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LF는 올 하반기 강원도 속초에 맥주 증류소 공장을 세울 계획이어서 주류 유통 외 주조사업도 가시화됐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곳은 단연 신세계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잘 알려진 수제맥주 애호가로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관련 사업 진출을 앞두고 맥주시장 진출 진두지휘에 나서는 등 애착을 보여왔다.
주세법 개정 이후 곧이어 선보인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의 경우 잇따른 점포 확장을 통해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35여종의 맥주 중 신세계가 직접 선보인 수제맥주 5종의 판매 비중이 90%에 달해 시장성도 입증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유통·패션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주류시장 진출 채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맥주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맥주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소규모로 생산한 수제맥주를 할인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맥주 원료 허용 범위도 확대해 밤·고구마·메밀맥주 등 다양한 맛의 맥주 생산을 장려함으로써 국산 맥주를 키우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맥주 규제 완화를 약속한 이후 약 1년 여 만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으로 수제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거나 주류업계 진출을 노렸던 유통·식음료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됐다는 게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의 분석이다.
만약 수제맥주의 일반 소매점 판매가 가능하게 되면 신세계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데블스도어 같은 영업장 외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편의점 위드미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매점 진출을 위해선 수제맥주를 병이나 캔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저장하고 운반할 대형창고와 냉장차량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소규모 사업자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가 납품하는 종합주류도매상도 냉장차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안이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수제맥주 판로 활성화' 카드가 졸속 행정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맥주 제조 업계는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책은 마케팅과 세금측면에서 이미 수입맥주와 역차별을 받는 국내 맥주 업체들의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현재 정부는 국산맥주에 수입맥주보다 30%포인트가 넘는 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영업비용, 마진 등을 합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지만 수입맥주는 원가에 관세를 합친 값이 과세 표준이 된다. 오는 2018년 7월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도 0%로 철폐된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주목받아온 수입맥주는 올해 들어 대형마트 3사 기준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거나 이달 넘어서 예정이다. 토종맥주보다 수입맥주를 사는 소비자가 더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를 키우기 위해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건데 수입맥주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