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설화수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잉온 씨(60·여)는 "예전에는 샤넬이나 디올 제품을 썼는데 2년 전 처음 설화수 제품을 써 본 뒤부터는 이것만 쓴다"면서 "제품을 쓴 지 1~2주 만에 피부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방에서 설화수 파우더를 꺼내 보여주면서 "외출할 때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수정 화장을 한다"면서 "설화수에서 1년에 20만바트(약 650만원) 어치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 매장 직원인 아피시트(APISITH) 씨는 "세트 제품을 한 번에 두 개씩 사는 손님들도 많다"면서 "한 세트는 집에서 쓰고, 나머지 한 세트는 설화수 스파에 가져가 개인 보관함에 넣어놓고 사용하는 고객들"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객단가도 50만원 이상으로 국내보다 높다. 현지 물가와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체감 가격은 3배나 비싸지만 월 매출은 3억원으로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과 맞먹을 정도다.
인근 라네즈에는 연령대가 낮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 매장에서 만난 낸(14·여) 씨는 "피부가 극건성인데 '워터뱅크크림'을 써보니 끈적이지 않고 빠르게 흡수되는 느낌이 너무 좋아 라네즈를 찾는다"면서 "오늘은 '투톤 틴트'를 보기 위해 친구랑 매장에 왔다"고 말했다. 투톤 틴트는 라네즈의 대표 립메이크업 제품인 '투톤 립바'에 이은 후속작으로 두 가지 색상이 한 립스틱 안에 합쳐져 있어 손쉽게 그라데이션을 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인기다. 투톤 틴트는 2월 초 태국에서 론칭된 이후 며칠 만에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한 달 만에 7000개가 팔려나갔다.
김월정 아모레퍼시픽 태국법인 부장은 "과거 에이전트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다 2012년부터 직영체제로 전환한 뒤 브랜드 선호도가 훨씬 높아졌다"면서 "이제는 태국 소비자들 사이에 'K뷰티하면 라네즈'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매장도 월 매출액이 1억원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아세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세안은 이제 한국과 중국에 이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시장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수년째 "아세안은 한국과 중국에 이은 아모레의 주요 3대 기둥(pillar)"이라고 강조하며 아세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년에 한두차례 반드시 아세안을 방문하고, 태국에서는 직접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매장을 돌아볼 정도다.
아세안은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부상과 높은 경제성장률로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이 됐다. 부모 세대와 달리 대학 교육을 받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보가 빠른 이들이 구매력을 갖게 되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중동 관광객들까지 구매 대열에 합류하면서 매출은 두자릿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세안이 핵심 '기둥'으로 떠오르면서 아모레는 아세안 소비자들만을 위한 전용 제품도 올해 처음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2~3개를 출시하고 내년부터는 매년 5개 이상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 싱가포르법인에서는 고객연구과 연구개발(R&D)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싱가포르법인은 아세안 헤드쿼터(RHQ·Regional Headquarter)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윤하 아세안RHQ 싱가포르연구소장은 "끈적함을 싫어하는 아세안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처방을 바꿔 매트한 느낌의 쿠션을 내놓는 등 올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면서 "180여명의 패널을 통해 철저한 고객 분석을 하고 있다. 올해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에는 싱가포르 국가 과학연구기관인 A*STAR (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산하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인 IMB(Institute for Medical Biology)와 손잡고 2년짜리 공동 연구도 시작했다. 한국의 사기업이 에이스타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아모레가 처음이다. 살아있는 피부 세포 중 노화된 세포만을 특정해 염색한
[태국·싱가포르 =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