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주주협의회(옛 채권단)가 본격적인 '전(錢)의 전쟁'에 돌입했다.
13일 금호그룹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주주협의회가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을 인수 자금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공개 압박했다. 하지만 이날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는 현 단계에서 매각룰 변경에 난색을 표하며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PA 체결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더블스타에 앞서 매물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한 박 회장은 자금 조달 본게임 출발선에 섰다. 주주협의회는 16일께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질의한다. 박 회장은 질의를 받은 날로부터 30일내(4월15일 예상) 인수 계약금과 세부 자금조달 계획을 주주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우선매수권 약정 놓고 수싸움
이날 윤병철 금호그룹 재무담당 상무(CFO)는 "현 경제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FI)로만 100% 인수하기엔 부담이 있다"며 "전략적 투자자(SI)과 협력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다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최대 관건은 박 회장이 꺼내든 컨소시엄 카드를 주주협의회가 인정해줄 지 여부다. 이와 관련한 쟁점은 ▲박 회장 측 컨소시엄 인정여부 ▲더블스타와 형평성 문제 ▲박 회장 측 경영 정상화 노력 인정여부 등으로 구분된다.
우선 금호그룹이 컨소시엄 구성 근거로 든 것은 지난 2010년 5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주주협의회와 맺은 우선매수권 부여 약정서 제5조 1항이다. 5조 1항은 '우선매수권 등 약정에 있어서 박삼구 회장의 권리는 주주협의회 사전 서면 동의가 없는 한 제 3자에 양도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윤 상무는 "5조 1항은 주주협의회 동의만 있다면 우선매수권 일부를 제3자에 양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더블스타에게는 6개 회사간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박 회장에게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수차례 외부 법률 자문을 실시한 결과 컨소시엄 형태의 우선매수권 행사는 우선매수권 일부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매각룰 변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더블스타처럼 일반 참가자 자격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었지만 이 기회를 박 회장 측이 활용하지 않았다"며 "형평성 논란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영정상화 기여 인정 논란도
경영 정상화 노력을 인정해달라는 점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금호그룹 고위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아무 기여를 하지 않았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편익을 누리고 있다"며 "반면 박 회장은 2012년 금호타이어가 어려웠던 시기에 1130억원 사재를 출연해 경영 정상화를 도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주협의회 측은 "박 회장에게 우선협상자에 앞서 매물을 가져갈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며 이미 경영 정상화 기여를 인정했다"고 맞섰다.
이날 금호그룹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상무는 "더블스타의 규모는 금호타이어와 비교해 4분의 1에 불과하고 매출도 떨어진다"면서 "국내 정서, 노조 관계,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 노하우 등을 가진 금호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빠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컨소시엄 구성만 허용되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다수 SI와 무리 없이 인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군데와 의미 있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인수계획 검토가 시험대
컨소시엄 인정이란 '칼자루'를 쥔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방침을 공식적으로 주주협의회에 전달한 이후 협의회 차원에서 적절성 여부를 따진다는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주장하는 컨소시엄이 유효하게 구성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컨소시엄 가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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