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서울 사당역 부근에서 고깃집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시작했던 김모씨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인근에 유명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들어선 이후 손님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자금 압박은 폐업 이후 오히려 더 심해졌다. 그동안 프랜차이즈비와 운영비로 대출받았던 돈이 점점 불어나면서 김씨를 옥죄기 시작했다. 김씨는 "사업 초기 6000만원 정도 대출받아 시작했고, 매출이 나빠지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중간중간 소액대출을 받아왔다"며 "지난해부터는 은행에서 추가 대출이 어려워 2금융권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두 번 다시 자영업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고 치를 떨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적 자영업종으로 꼽히는 음식·숙박업의 2금융권 대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폭으로 급증했다. 은행권 대출 장벽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풍선효과'로, 신용과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향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우려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2금융권)의 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2조 8245억원 늘어난 11조 4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음식·숙박업의 2금융권 대출금 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년간 증가액 역시 한은이 관련 통계를 보유한 2007년 이래 최대규모다.
심지어 음식·숙박업에 대한 2금융권의 대출금 증가 규모는 은행권의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 증가폭을 1조원 이상 상회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금은 1조 7058억원으로 2015년 3조 466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신용이 낮고 상환위험이 큰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2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2금융권의 음식·숙박업종 대출 증가세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층 더 우려스럽다는 평가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면서 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한계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반면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종의 영업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숙박업 자영업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3.1년에 불과했다. 금리상승에도 가장 취약하다.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음식·숙박업의 경우 폐업 위험이 10.6%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 파산하는 음식·숙박업 종사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퇴직 후 음식·숙박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런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자영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9000명 증가한 547만6000명에 달했다.
주로 자영업자들이 창업 수단으로 활용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2011년 17만개에서 작년엔 21만8000개로 30% 증가했다.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인데 같은 해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는 73만9000명이었다. 단순 숫자만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의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지원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면서 "금융지원 뿐만 아니라 창업과 관리 등 컨설팅 지원을 늘려 영업이익과 수익성 측면의 플러스 효과를 낳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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