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초반 공무원 A씨는 최근 입시제도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성을 본다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충분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학원위주 선행학습 보다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끔 자녀를 지도해왔다. 하지만 실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보니 내신·수능 등 계량화된 지표를 함께 요구했다. A씨는 "이제 아이가 고3이 되는데 남들처럼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2008년 입학사정관제가 본격 도입될 때만 해도 일부 학부모들은 획일적인 입시 열풍이 잦아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국어·영어·수학 등 문제를 단시간에 잘 푸는 학생보다는 예술이나 역사처럼 한 분야에 능통한 학생 혹은 스스로 학습하는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은 '문제풀이' '선행학습' '스펙쌓기'가 일상화되어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부터 특목고·자율고 등이 생기면서 이같은 '획일적 입시광풍'이 중학교까지 내려간지 오래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각 대학교별로 수능과 내신뿐만 아니라 비교과와 논술까지 요구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교육제도가 과연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21세기형 인재를 기르는데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되물림 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학이 여러 항목을 요구하다보니 학생들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준비를 해야 하고 결국 빠른 시간에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부모 재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저소득계층과 최고소득계층의 사교육비 치출 격차가 지난 2012년 6.3배에서지난해 8.9배로 더 벌어진 까닭이다.
그 결과는 대학교 입시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저출산 대책평가' 및 '저출산 문제와 교육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이상 진학자 기준으로 사교육비 1분위(하위 20%)의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은 23.3%였으나 사교육비 5분위(상위 20%)의 경우 그 진학률이 50.0%에 달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은 국가의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는 "부모의 경제력 등 소득이 대학 진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완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교육 대체를 위해 만든 방과후 학교, 초등 돌봄교실같은 공교육 제도에 내실을 기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교습 방법을 개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서정화 한국학교교육연구원 이사장은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능력중심사회에 걸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토론 수업, 프로젝트 학습 등을 위해 공교육 교사들도 연수를 통해 전문적 자질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입시 제도가 사고력 위주로 전환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기주도학습을 통한 사고력 증진은 현재 사교육이 치중하는 주입식 교육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모재력이 미칠 영향이 줄어들어 교육이 '창의적 인재 육성'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두 가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혜정 소장은 "바칼로레아와 같은 시험을 도입해 생각하는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며 "공정성 문제는 각 단위별 평가에 대해 중앙에서 이를 평가하고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 제도가 교육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과도 연계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이경 중앙대 교수는 "교육이 본래 인재 양성과 인재 선발이라는 두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선발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선발 기준을 보다 명확하고 공정하고 예측가능하게 만드는 한편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예산의 전반적인 개혁도 필요하다. 교사 고령화로 인해 인건비 증가 속도가 다른 예산에 비해 빠른 가운데 교육 평준화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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