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9% 성장했지만 소득이나 일자리, 주거 등의 주관적 만족도까지 수치화한 국민의 삶의 질은 12% 개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성장만으로는 더 나은 삶을 담보할 수 없다'는 명제를 재확인한 셈이다.
15일 통계청과 한국삶의질학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GDP plus Beyond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를 발표했다.
2006년(100)을 기준으로 2015년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1.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실질 GDP가 28.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40%만 따라간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교육(23.9%), 안전(22.2%), 소득·소비(16.5%), 사회복지(16.3%) 영역은 종합지수 평균을 상회했다. 하지만 고용·임금(3.2%), 주거(5.2%), 건강(7.2%) 등은 평균보다 낮았다. 가족·공동체(-1.4%) 영역은 2006년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GDP 등 양적 경제 지표로 측정되지 않는 건강·지역사회 소속감 등 질적 측면을 반영한 지수다. 통계청과 학회는 한국 특성에 맞게 고안한 이 지수를 2011년부터 작성해두고 있었지만 정치적 여건 등으로 발표를 미루다 올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지수를 산출하는 데는 총 80개 지표가 동원됐다. 1인당 GNI와 실업률 등 객관지표 56개와 스트레스 인식 정도, 여가활용 만족도 등 주관지표 24개를 섞어 평균을 낸 뒤 각 평균값을 종합해 지수화했다. 지수 개발에 참여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향후 지역·성·연령·계층 등 인구 집단별로도 세분화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할 계획"이라며 "양적 지표와 질적 지표를 동시에 고려하면 정책적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 발제자로 나선 엔리코 지오바니니 이탈리아 로마대 경제통계학과 교수는 행사에 앞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탈리아는 예산안을 짤 때 국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분석해서 발표하도록 법이 개정돼 있다"며 "한국도 이런 방식으로 정책 결정을 한다면 고용 등 거시경제적 문제를 기존과는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오바니니 교수는 "'지난 10년이 힘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앞으로는 계속되는 혁신과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로 크고 작은 충격이 거듭되면서 더 험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며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 개인과 사회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복원력)'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복원력"이라며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 복원
지오바니니 교수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국장을 지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로 자리를 옮겨 노동사회정책부 장관과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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