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 전 대통령 뇌물죄 입증 박차 가해…오후 2시 SK 최태원 회장 소환
↑ 검찰 오후 2시 SK 최태원 회장 소환 /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검찰이 청와대와 SK그룹 간 '부당 거래' 의혹을 정조준하며 뇌물죄 입증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8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합니다. 작년 11월 1기 특수본 수사 때에 이어 넉 달 만에 다시 검찰청에 나오는 것입니다.
검찰은 최 회장의 출석 신분에 대해 "일단 참고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또는 그 이후에라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힙니다.
검찰은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애초 1기 특수본은 작년 11∼12월 수사에서 SK 등 대기업들이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등이 공모해 강압적으로 출연금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삼성 경영권 승계의 보답 차원으로 해석해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함에 따라 법리 구도가 달라졌습니다.
검찰이 특검의 시각을 받아들여 1차 수사 때와는 달리 상당히 적극적으로 뇌물죄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검찰은 특히 2015년 8월 최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이듬해 상반기의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선정 계획 수립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단독 면담했고 한 달여 뒤 최 회장은 재벌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SK는 같은 해 11월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작년 2∼4월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각각 출연했습니다.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청와대와 SK 간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는 의심 정황은 곳곳에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행동대장' 역할을 한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 회장의 사면 계획을 김창근 의장에게 미리 알려줬다"고 증언했습니다.
특검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김영태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이 사면을 며칠 앞두고 최 회장이 수감된 교도소를 찾아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발언한 부분이 있습니다.
'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귀국'은 사면을, '숙제'는 그 대가를 의미하는 은어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김 전 의장은 특사 발표 직전 안 전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관세청이 작년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의 신규 설치를 발표하는 과정에도 의심쩍은 부분이 발견됩니다.
SK는 2015년 7월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데 이어 그해 11월에는 기존에 보유한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마저 잃어 면세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정부는 SK 등 대기업들에 재기할 기회를 주기로 하고 신규 면세점 인허가를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애초 계획안에 있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 면세점을 입찰할 때 감점을 준다'는 조항이 정작 면세점 신규 특허 공고에서는 빠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실상 SK·롯데 등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 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면세점 추가 설치 발표 두 달 전인 작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 간 2차 독대가 있었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경영 현안에 관한 대화가 오가며 관련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외에 ▲ 작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주파수 경매 ▲ CJ헬로비전 인수 등 SK 역점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은밀한 지원이나 SK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수사 중입니다.
검찰은 최 회장 조사를 통해 SK가 제공한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를 확정 짓는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관련 범죄사실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21일)를 불과 사흘 앞두고 서둘러 최 회장을 부른 것도 다분히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의 사실관계를 충분히 다지려는 포석으로 읽혀 조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