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실패가 야기할 국가경제적 손실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산업은행은 59조원을, 산업통상자원부는 17조 6000억원을 각각 제시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어지고 있는 것. 진실은 '가정과 전제만 다를 뿐 두 숫자 모두 맞는 수치'라는 점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 부처가 협업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지적이다.
2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완전 파산을 전제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문을 닫는 경우에 따른 극단적 시나리오를, 산업통상자원부는 P플랜 유형의 법정관리가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부 선박건조계약 취소를 거쳐 연착륙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추산한 것"이라며 "가정과 전제가 다를 뿐 두 숫자는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A14면
먼저 59조원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23일에 함께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에 밝힌데로 대우조선 파산에 따른 국가경제 손실위험 예상치다. 지난해말 기준 건조 중인 선박에 투입된 원가(32조 2000억원)와 담보대출을 제외한 금융권 채권손실(21조 2000억원), 실업(2조 8000억원), 상거래·협력업체 매출 피해(2조 8000억원)를 합산한 피해금액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에 비공식적인 형태로 내놓은 '17조원' 추정치는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P플랜 형태의 법정관리를 가정한 수치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계약취소가 10척정도에 불과했다"며 "법정관리로 갈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짓던 배를 모두 고철로 처리해 32조원 손실이 예상된다는 금융위 논리는 부풀려진 얘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6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당시 수주잔고는 3조원(55척)이었다. 당시에도 STX조선해양을 법원으로 데리고 갈 경우 대규모 발주 취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실제로 취소된 물량은 10척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선박은 지금도 진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사례를 봤을 때 법정관리로 갈 경우 최대 59조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금융위 얘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이미 용선계약된 배들도 많기 때문에 발주 취소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조원(114척)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나 법정관리에 준하는 P플랜에 들어갈 경우 금융위는 5조원(40척) 가량 계약취소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가담회에서 59조원은 부풀려진 숫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STX조선해양은 몰락하기 전에 초저가로 상당히 싼 가격에 수주한 배들이 많아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그 가격에 짓는 게 가장 유리해 빌더스 디폴트(Builder's default·선박 건조계약 취소)가 거의 없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지금 선가보다도 10~20% 높은 선가로 계약된 배들이 많아 선주들은 계약 취소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선주사들은 저가에 수주한 배들은 계약을 취소하기 보다 정상적으로 인수 대금을 지불하고 가져가겠지만 비싸
조선업계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손실 위험이 부풀려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수주잔고의 10%만 취소가 발생해도 사실상 파산을 막기 힘들고 이 경우 후폭풍은 한진해운 때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시영 기자 / 정석우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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