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조원에 육박하는 내년도 국가예산이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 양극화 완화 등 4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특히 양극화 완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사상 처음으로 예산 편성 지침에 담겨 주목된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8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확정·의결했다.
정부는 우선 저소득 가구 기초생활 보장 강화와 기초연금 수급자 확대, 노인·장애인 일자리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취약계층 소득 기반을 확충하는 등 양극화 완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언급한 까닭은 지난해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소득 격차때문이 다. 2016년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나빠졌다. 2008년 4.98에서 2015년 4.22까지 떨어지며 해마다 분배 구조가 개선되는 보습을 보였지만 작년에는 이 추세가 반전돼 4.48로 올랐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정부 재정이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증강현실(VR) 등 핵심 기술개발에 투입된다. 이를 뒷받침할 인재 양성과 인프라 조성에도 재정을 투자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점 과제로 추진되는 '일자리 창출'은 청년층 일자리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인 9.8%를 기록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2.3%까지 치솟으며 월간 기준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높아 청년 실업 해소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 같은 4대 핵심 분야에 투자되는 재원은 유사·중복 사업 정리와 대대적인 보조금 사업 점검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관계 부처 간 사전 협의(4~5월)를 통해 대학 창업·관광·ODA 등 3대 분야에서 시범적으로 융합예산을 편성한다.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과 유사·중복되는지는 관계 부처들끼리 사전 의견 수렴을 의무화함으로써 확인하고, 기존 사업을 자율적으로 구조조정하면 신규 사업을 요구할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일자리 사업은 취업률 등을 토대로 성과 높은 프로젝트로 투자 방향을 재설정한다.
보조금 사업을 전반적으로 뜯어보기로 한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보조금 신청 당일 지급한 사례 등이 단초가 됐다.
다만 5월 9일 새 정부 출범하고 국정운영 방향이 설정되면 '보완 지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6~8월 각 부처와 함께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2017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의결하고, 비과세·감면 제도를 일자리 창출 서민지원 등 제한적인 영역에 한해서만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국세의 13.1%에 달하는 36조5000억원이 비과세·감면 명목으로 국민이나 기업에게 이전됐는데, 앞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을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과 벤처기업 지원에 쏟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진행 중인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한 심층평가 결과를 올 7월 세법개정안 수립 때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중소기업 특허 비용 세액 공제, 국가 귀속 고속철도 부가세 영세율 적용 등 두 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 결과를 올해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비과세·감면 금융상품도 정비할 계획이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 하이일드펀드,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등에 대해서는 성과 평가를 거쳐 개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세웅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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