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 합작공장이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중국 현지 배터리 생산법인인 베이징 BESK테크놀로지 공장(이하 BESK)이 올 초부터 배터리 생산을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이같은 공장 중단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둘러싼 중국의 한국 때리기가 연일 강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량 축소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나 불과 반년도 안돼 가동 중단까지 간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회사 측은 BESK 공장 가동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축소에 따른 주문량 감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로 펼치고 있는 '사드 보복'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정부가 롯데그룹에 이어 급기야 국내 제조업체들까지 보복의 대상을 넓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BESK는 지난 2013년 말 SK이노베이션과 베이징전공·베이징기차가 합작해 세운 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40%를 보유한 2대주주다. SK이노베이션이 한국에서 생산된 셀을 수입해 BESK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완성품을 만드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 BESK는 한국산 셀을 쓰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어 한국 전기차배터리 배제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작년 7월 사드 배치가 전격 결정된 후 BESK에 대한 규제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난징과 시안에 각각 공장을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사정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보조금 배제라는 비관세장벽에 막혀 LG화학은 공장 가동률이 불과 20%에 그치자 전기차배터리 대신 대용량 전기 저장장치(ESS)생산체제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지 증설을 검토했던 삼성SDI는 현재 관련 논의를 모두 중단하고 재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체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중국 기업의 생산량만으로도 그 수요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또 롯데와 같은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중국 소비자와 납품업체 및 매장 근로자까지도 피해를 입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자국내 피해가 적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기업들이 아예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의 오익환 전무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체들 입장에선 사실상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유럽 등 다른 시장에 집중하는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사드 보복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무역업체들이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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