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고 있다. 하물며 멈출 수 없다." 기자에게 이 같은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타이쿤(Tycoon, 경제적인 활동을 포함한 경영에 초점을 맞춘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출퇴근길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잠들기 전, 굳이 육체 노동을 가장한 정신 노동을 해가며 스마트폰 속에서 경영자가 되는 걸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결국 또 플레이(play)하게 되는 건 특유의 쾌감 탓이다. 잘 키워서 잘 팔 때의 그 희열이란. 과일을 수확하고 우유를 짜고 때로는 붕어빵을 만들거나 맛집을 경영하며 얻는 그 가상의 보람 말이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에서 키운 농산물이 실제 집으로 배송된다면? 이건 정말 '이득' 보는 기분이랄까.
농작물을 배달해주는 농장 경영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레알팜의 박동우 네오게임즈 대표는 서울대 농생대 출신의 전직 '농사꾼'이다. 농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리고 싶어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이 '괴짜 대표'를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네오게임즈 본사에서 만났다.
레알팜은 실제 농법에 기반한 게임 플레이와 농산물 배송을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435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5년차 장수 게임이지만 지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지금도 여전히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게임과 최고 매출 게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레알팜의 성공은 '내 안의 경작 본능'을 제대로 건들이기 때문이다. 전투장으로 변해버린 사무실과 학교에서도 도시 농부의 꿈을 놓지 않는 이들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 게임, 플레이가 쉽지 않다. 현질(현금으로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사는 일)로도 해결이 안 된다는 게임 후기가 종종 보일 정도다. 박 대표는 "농사란 게 만만하지가 않다"면서 "농업은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자 쉽지 않은 일인데 사회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게임을 통해 '쉽게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박동우 네오게임즈 대표[사진 제공 : 네오게임즈] |
레알팜이 지금까지 사용자에게 지급한 농산물의 총 구입 가격은 10억원을 넘는다. 주로 농협과 연계하거나 친환경 농산물 유통업체와 손잡고 사용자에게 상품을 보낸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못난이 사과 같이 상품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맛이 보장되는 친환경 제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자들에게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아직까지는 못난이 사과보다는 멜론, 망고 같은 걸 보냈을 때 반응이 더 좋다(웃음)"며 "농가와 사용자 모두에게 좋은 상생을 찾으면서 새로운 작물을 추가하는 등 게임적인 재미도 늘려가고 있다. 재미와 상생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다소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기존의 타이쿤과 달리 레알팜은 세계관이 복잡하다. 해외 명문대 교수이자 괴팍한 성격의 천재 유전공학자가 한국의 농촌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젊은 귀농민들에게 농법을 알려준다는 설정 외에도 유전자를 조작한 농작물을 개발하려는 글로벌 종자기업의 음모와 미래 식량전쟁을 막기 위한 사투 등이 담겨 있다. 자연 교배한 농산물이 병충해에 더 강한 것을 확인하고 유전자 조작이 이후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등 내용이 진지하다.
박 대표는 "농업 전문 강사나 농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등 직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공부하고 토론해 세계관을 확장해 나간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공부하도록 지원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투자가 없다. 이 투자가 게임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소재를 만들어낸다. 인문학, 철학, 신화학, 사회운동, 로컬푸드, 스토리텔링 비법 등 무작위로 함께 공부하면서 이 내용이 게임과 사회에 영향을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레알팜은 올 상반기 내 글로벌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홍콩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딸기를 좋아하고 일본의 경우 한국 배가 매우 달고 시원하다고 생각한다"며 "2차 가공품으로 시작하겠지만 경쟁력 있는 국내 농산품을 수출할 기회도 될 것으로 본다. 국가별, 지역별 농업 리얼리티(현실성)를 살려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공 못 살리는 시대라고 하지만 원하는 걸 하다 실패도 맛보면서, 하고 싶은 걸 하고 또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김수연 인턴기자, 자료 제공 : 네오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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