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여성이 난소 종양 진단을 받으면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술로 난소가 제거되면 '임신도 못 하고 결혼도 못하게 되나'라는 생각에 절망감에 빠진다. 하지만 가임기 여성에서 난소 종양은 양성이 대부분이다. 또한 대부분의 종양은 복강경으로 수술하면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재발이 드물기 때문에 크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젊은 여성의 경우 산부인과 검진을 부끄러워해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난소에 양성 종양(이하 난소 낭종)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13% 증가(18만4,419명→20만8,612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준, 연령대로 보면 14세 이하 1%, 15~24세 이하 11%로 청소년기부터 결혼 전에 이르는 기간에 호발하는 경향을 보여 청소년기부터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질환으로 분석됐다.
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낭종 증가는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각종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호르몬에 교란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환자 10명중 1명은 25세 미만으로 향후 결혼과 임신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가족 계획을 고려한 전인적 치료 접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예로, 17세 여고생 A양은 평소 배가 많이 나온 편이었지만 살이 찌는 것으로 생각해 그냥 지내다 최근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러와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로는 혹이 너무 커 측정이 되지 않아 CT검사 결과 무려 40cm의 혹이 발견되었고 수술시 낭종에 9ℓ의 액체가 고여 있었다. 청소년기라 산부인과 가는 걸 부끄러워해 거대 낭종이 될 때까지 방치한 것이다. 크기가 너무 커 2곳의 병원에서는 개복 수술을 권유했지만, 개복시 흉터가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해 치료를 망설였다. 그러던 중 복강경으로도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행히 성공리에 수술을 마쳤다. 하지만 한 번쯤 난소 낭종을 의심하고 산부인과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았더라면 개복과 같은 가슴 철렁한 일은 덜었을 것이다.
난소 낭종은 양성 종양으로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초기에는 발견이 어렵다. 대부분 종양의 크기가 커져 만져지거나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서야 병원을 찾게 된다. 조기에 발견하면 복강경 수술로 혹만 제거하는 게 가능하지만 진행된 경우에는 난소를 살리지 못하고 한쪽 난소를 제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난소 낭종이 호발하는 청소년기부터는 산부인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생리 불순, 생리통 등 생리 관련 이상 증상이 있거나 아랫배 압박감이나 복통 등의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난소낭종은 초음파로 쉽게 발견되지만, 뱃속에 위치하기 때문에 조직 검사가 어려워 환자의 나이, 증상, 가족력, 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통해 감별 진단을 한다. 악성이 의심될 때는 조직검사를 위해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난소는 크기가 3~4cm로 복강경으로 낭종 제거시 정상 난소 조직에 손상을 최소화해야 여성 호르몬 분비와 배란 기능이 유지되어 추후 임신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수술시 자칫 실수로 방광과 요관, 대장을 잘못 건드리면 천공 및 배뇨장애가 올 수 있어 수술 시 고도의 집중력과 술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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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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