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자폐 1급의 중증장애인 아들을 둔 김모(52)씨는 아들의 치과치료를 위해 동네치과의원부터 인근 치과병원까지 족히 5곳은 돌아다녔다. 대부분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 및 장비가 없었고 일부는 힘든 장애인 진료를 꺼려하기도 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을 찾고서야 전신마취 하에 발치 및 충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 아들과 같이 중증장애인의 경우 칫솔질이 어려워 구강관리상태가 나쁘고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구강질환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중증장애인은 일반인과 달리 움직임을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간단한 스케일링이나 충치 치료에도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상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마땅히 갈만한 치과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스마일재단에서 실시한 2017년 장애인진료치과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되어 있는 전국 치과 1만 7000여곳 가운데 장애인이 진료할 수 있는 곳은 441곳으로 약 3%에 불과하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지만, 정작 장애인을 위해 정부의 시설 지원과 높은 수가를 보장해 주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별도의 실질적인 지원책은 부족하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은 중증, 정신지체를 가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처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의료진과 시설을 완비하고, 활동 보조인을 통해 신체적 동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거주 장애인들에게는 비급여 진료과목에 대한 감면(의료급여 50%, 건강보험 30%) 혜택을 지원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도 일부 줄여주고 있다.
금기연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장은 "중증장애인의 구강상태는 매우 열악해 이미 많은 치아가 손상됐거나 통증이 있어도 참고 있는 실정이 대부분이지만 의사소통 및 행동조절이 쉽지 않아 유닛체어(Unit Chair)에서 치료가 쉽지 않다"면서 "전신마취 치과치료를 결정하고도 사전검사를 위해 이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다른 외부기관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은 이 같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행동조절 및 진료협조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한 '전신마취 치과치료 원스톱 시스템'을 지난해 9월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신마취에 필요한 심전도 검사, 흉부 X-레이 촬영, 혈액검사 등 사전검사를 받기위해 지역 병의원에서 검사를 시행할 필요없이 장애인치과병원에서 전신마취 사전검사부터 치과치료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장애인 전문병치과병원에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지만 2015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시 등록 장애인 39만3,245명중 중증장애인은 7만3,300여명이며, 장애인치과병원을 알고 이용하는 환자는 약 7,000명에 불과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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