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직원을 채용하려는 기업 숫자가 예년보다 줄고 채용 인원 규모도 감소하는 등 취업시장의 체감 경기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채용 빙하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8일 '2017년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조사'를 통해 신규채용에 나서겠다고 밝힌 기업의 비율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저치인 53.7%까지 떨어졌다고 18일 밝혔다. 채용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21%에 달해 2011년(9.9%)보다 배이상 늘었다. 이번 조사는 직원 100인 이상 기업 25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채용 규모 역시 전년에 비해 6.6%나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4.4%)보다 축소폭이 더 커졌다.
경총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짝 개선됐던 채용 기업 비율과 채용 규모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고용시장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기 한파가 중소기업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쳐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채용이 더 큰 폭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직원수 100~299명 규모 기업의 채용 인원 감소폭은 14.8%로 직원수 1000명 이상 기업들의 채용 규모 감소폭(3.9%)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채용을 하더라도 신입직원보다는 경력직을 뽑겠다는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그만큼 새롭게 사회에 발을 내딛는 사람에겐 취업문이 더 좁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경력직 채용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9년(17.3%)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올해 경력직 채용비율은 전년 대비 1.6%포인트 올랐다. 경총 관계자는 "경력직 근로자가 재교육 훈련 비용이 들지 않고, 실무에 즉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력직 채용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기업들은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이유로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46.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21.2%), '정년 60세 시행에 따른 고용 여력 축소'(14%) 등도 신규 채용의 장애물로 지적했다.
신규채용 확대에 도움이 될 조치로는 '임금동결'이라는 응답이 47.3%로 가장 많았다. 임금동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임금동결 및 대졸초임 하향 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19.6%), '임금체계 개편'(15.2%), '초과근로 축소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12.5%) 등의 순으로 제시됐다.
다만 응답자의 43.8%가 '현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신규 채용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에 대해 일선 기업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별 채용규모는 제조업(-7.5%)이 비제조업(-5.2%)보다 더 크게 줄어들었다. 경총 측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진해운 사태, 조선업 수주 절벽 등에 따른 해운·조선업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채용이 줄면서 대졸보다 고졸 취업 준비생의 타격이 조금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고졸 채용은 전년보다 7.9% 줄어들며 4년 연속 감소했다. 대졸 신규채용 규모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함께 사람을 쉽게 뽑을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향후 채용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영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