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애플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8(가칭)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중 하나인 녹색 인광(燐光) 재료를 공급한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8에는 이 재료를 공급하는데 실패했지만 그보다 물량이 20~30%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큰 수요처를 찾은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 2014년 옛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분야를 이관 받은 이후 올해 처음 이 분야에서만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경쟁이 치열한 소형전지 사업에만 집중하던 사업 영역을 전자재료 분야로 확대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S8의 OLED 발광층에서 녹색 빛을 내는 인광을 공급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 녹색, 청색을 합쳐 색을 표현하는데 삼성SDI는 지난 2014년에는 OLED의 핵심 재료인 녹색 인광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국내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갤럭시S6부터 삼성전자에 녹색 인광을 공급하며 매출을 늘려왔다.
또 전자재료부문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CD 패널에 부착해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편광판은 중국 업체들이 대거 LCD 생산에 나서면서 매출이 늘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중국 장쑤성 우시공업지구에서 편광판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 제품을 충북 청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국에서도 편광판을 생산한다. 연간 3000만대의 40인치 LCD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삼성SDI는 그동안은 먼저 중국에 진출한 삼성디스플레이에 주로 편광판을 공급해 왔지만 앞으로 중국 업체에도 공급을 시작한다. 이와 함께 반도체 칩의 기본재료인 웨이퍼에 패턴을 형성하거나 반도체 회로 보호를 위해 사용되는 소재도 최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SDI는 전지 사업에 집중해왔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가 나면서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갤럭시S8에 배터리 메인 공급사 자리를 차지했다. 갤럭시S8에 공급되는 80%이상의 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한다. 하지만 소형전지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분야는 많은 이익을 내기 힘든 사업이 됐다. 삼성SDI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 사업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은 연구개발(R&D) 비용 투입이 많은 분야다. 따라서 당분간 전자재료 분야는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재료 사업은 편광판·OLED 소재 등 전 제품영역에 걸쳐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자재료 사업은 반도체와 OLED 업황 호조에 따라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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