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전도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 진두지휘를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5일에도 일본 재계와 금융권 주요 인사들과 만나 협력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SK하이닉스가 공격모드로 전환하면서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독점교섭권을 주장해온 웨스턴디지털의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본 언론에 보낸 장문의 서한을 통해 "도시바가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도시바는 내달 2차 입찰을 진행한 뒤 6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3월 전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는 도시바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중요해 메모리 매각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1차 입찰에는 10여개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주요 후보간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여론이 가격보다 기술 유출 방지, 고용 유지 등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바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훙하이(팍스콘), 미국 통신회사인 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 등을 4개사가 주력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에서 독자적인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이 주도하고 있는 컨소시엄이다. 일본 민관 공동 투자 펀드인 '산업혁신펀드' 손을 잡고 미·일 동맹군을 구성했다. 여기에 웨스턴디지털까지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메모리의 주력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 중이다. 이를 근거로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다. 사이토 아쓰시 KKR재팬 회장이 산업혁신펀드 전신인 '산업재생기구' 사장을 지낸 인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함께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다. 훙하이는 경쟁사보다 1조엔이 많은 3조엔(약 31조원)을 제시했으나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지는 못하며 연합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국 애플·아마존·델, 일본 샤프, 소프트뱅크 등과 공동 전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 입장에서는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관건이다. 도시바의 의료기기 매각 당시엔 반독점 관련 절차 진행에만 9개월이 걸렸다. 빠른 매각을 원하는 도시바 입장에선 부담스런 부분이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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