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장에서 장기적인 가격상승을 의미하는 '슈퍼사이클'이 10년여 만에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D램가격은 1년여 만에 두배이상 가격이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업체들의 역대 최고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지면서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시관인 IHS에서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786억달러와 비교할 때 30%가량 급성장하는 셈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이번 슈퍼사이클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85년이후 반도체시장에서 슈퍼사이클은 두차례 있었다. 1986년부터 시작한 슈퍼사이클은 PC수요 증가에 힘입어 1995년까지 10년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번째 슈퍼사이클은 디지털카메라 확산으로 낸드를 사용한 SD카드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됐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장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2000년대 이후 주로 낸드 수요에 따라 시장이 변동됐다"며 "2016년 이후에도 SSD 수요 증가에 따른 3D 낸드 수요 확대로 업황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변곡점에 도달하진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가격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D램 업황의 고점은 단순히 '수요 둔화'보다는 '공급 업체들의 과도한 대응'에서 형성되어왔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공급측면에서 (업황의) 상향 추세 이탈 요인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반도체 제조업체간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 속에 수요를 과신한 업체들이 은밀하게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순식간에 무너지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업체들은 신규증설보다는 미세공정 양산에 따른 생산성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미세공정 전환이 과거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급증대가 더딜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이세철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삼성전자가 D램은 46%, 낸드는 36%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경쟁사들의 추격을 시장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크게 앞지른 상황"이라며 "직전 슈퍼사이클때만해도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30%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설비경쟁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업체들은 이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치중하면서 공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황민성 애널리스트는 "이전 최고 사이클이었던 1994년~1995년에는 각 반도체 업체들이 장미빛 희망을 갖고 신규공장에 마구 투자하는 바람에 공급 부족 현상이 금새 사라졌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업체들이 미래를 믿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로 신규 공장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측보다 더 긴 기간 공급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2019년 중국 공장이 완성된다고 했고, 삼성전자도 내년 말에야 신규공장이 가동 가능할 것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존 싸이클들보다 훨씬 더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가격부분도 있다.
산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최근 떠오르는 IT수요를 기존 컴퓨팅 구조로는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D램 탑재용량을 크게 늘려야하는데 공급이 따라오질 못하면서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점이 부담이다. 반도체업체들도 비용을 수익성이 담보되질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적어도 2018년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IHS는 내년까지는 D램과 낸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메모리반도체시장이 1070억달러 규모로 커지겠지만, 2019년에는 997억달러로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의 반전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조정국면이라는
반도체굴기를 내세우며 만들어진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면서 수급에 영향할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크게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수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송성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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