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50대 초반 김 모 대표는 작년 말부터 '젊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작년 추석 연휴를 틈타 못이기는 척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받은 덕분이다. 김 대표는 "남자 직원들이나 친구들은 미용시술을 했는지 거의 모르는데, 눈썰미 좋은 여직원들은 딱 보고 알더라"면서 "막상 병원에 가보니 내 또래 중년 남성들도 많이 온다고 해서 그동안 망설였던 걸 후회했다. 요즘은 기업 대표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 아니냐"고 말했다.
#2. 대기업 부장인 40대 후반 이 모 씨는 작년 초 지방흡입을 받고 무척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잦은 술자리와 불규칙한 생활로 피하지방이 많이 늘어난 상태였는데, 지방흡입 주사시술을 받고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10kg 가까이 감량에 성공한 것이다. 이 씨는 "아내가 더 좋아한다. 겁나서 못한다던 사람이 자기도 받겠다며 예약을 할 정도"라며 "이번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대신 그 돈으로 와이프 지방흡입 시술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용·성형 시장에서 40~50대 '아재파워(manfluencer)'가 떠오르고 있다.
열흘에 가까운 황금연휴를 앞두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비만클리닉이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연휴 중 어버이날이 끼어있어 부모님께 효도 선물로 병원을 예약하는 자녀들도 많다. 보톡스나 필러 같은 비교적 간편한 시술은 물론, 평소 시간이 없어 엄두를 못내던 지방흡입 등 미용시술 예약도 크게 늘었다. 연휴 동안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2~3년새 중년 남성고객들이 급증한 것은 새로운 변화다.
특히 이 '가꾸는 아재'들은 미용시술 시장의 새로운 파워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구매력과 입소문 영향력을 다 갖췄기 때문이다. 365mc병원 비만클리닉 관계자는 "시술을 받은 중년 남성들이 효과에 만족하면, 아내와 딸에게 강력추천하거나 직접 병원에 데려오기도 한다"면서 "우리 서울병원에서는 모 기업 대표님이 만족스럽다며 직원 2~3명과 함께 방문해 지방흡입 수술을 등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가 지난달 30일 서울 주요 성형외과와 비만클리닉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1일부터 대선일인 5월 9일까지 예약이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원진 성형외과 관계자는 "현재 예약고객 비율은 120-130프로대로 봐야 할 것 같다. 예약 고객은 이미 다 찼고, 늦은 시간까지 수술이 예약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연휴에 병원을 찾는 중년 남성 비중은 작년 전체 남성고객중 5%에서 10%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보톡스나 필러시술로 유명한 톡스앤필도 5월 연휴동안 병원을 찾는 고객이 평소 수준인 250~300명보다 25~30%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톡스앤필 관계자는 "평소 시간이 없어 병원에 오지못한 고객이나 부종, 멍 등이 두려워 시술을 망설이던 고객들이 병원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보톡스 뿐 아니라 코 입꼬리 턱 이마 볼 등의 필러와 종아리 승모근 팔뚝 허벅지 등의 바디톡신 및 지방분해 주사, 피부 레이저 시술 증가 등에 대비한 진료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미용시술을 받는 중년 남성들이 급증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서울 주요 성형외과를 찾은 40대 50대 중년남성 비율은 2011년 5% 미만에서 올해 10% 중반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365mc병원비만클리닉의 18개 지점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2013년 대비 2016년도 40대 비율은 9.6%, 50대 비율은 24.5% 증가했다. 전체 남성고객으로 따지면 2013년 대비 2016년 7.2% 늘어났다.
병원들에 따르면 중년 남성들의 관심대상은 상안검·하안검 수술, 피부 잡티제거, 눈썹 반영구 시술 등이다. 노화로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서 상안검과 하안검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안검은 처진 눈꺼풀 일부를 절제하고 당겨줘 눈매를 또렷하게 하는 수술이고, 하안검은 눈 밑에 처진 지방을 제거하고 주름을 줄이는 수술이다. 눈썹 반영구시술의 경우 최근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추세여서 중년 남성들도 부담없이 도전한다. 생각보다 효과가 커서 만족도가 높은 시술 중 하나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피부과와 비만클리닉도 중년남성 고객 모시기에 적극 나섰다. 박대정 톡스앤필 대표원장은 "병원 자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남성고객 비율이 0.3%였던 반면, 올해는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에 발맞춰 남성전용 멘즈클리닉을 개설하고 맞춤 진료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흡입 시술 '람스'를 전문으로 하는 365mc 영등포점은 작년부터 중년남성들이 가족을 소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시술시간이 짧고 입원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 등을 내세운 맞춤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술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확연히 달라진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원치않는 결과가 나오거나 예상못한 부작용이 생길 경우, 사회활동이 활발한 중장년 남성은 오히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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