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외국계 빵집'에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과점업 규제로 성장이 주춤한 사이 외국 빵집 브랜드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가 외국과의 무역 마찰을 우려해 국내 브랜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새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에 나서기 앞서 규제의 실효성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프랑스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브리오슈도레'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제빵,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2013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이 업체는 글로벌 외식 그룹인 '르더프'의 계열사로 미국과 중동, 아시아 등 전세계에 걸쳐 5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브리오슈도레는 한국 진출 4년 만에 매장을 13개로 늘렸으며, 지난 3월에는 첫 가맹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향후 10년 안에 100개 점포를 열겠다고 밝혔다.
2014년 서래마을에 1호점을 연 프랑스 베이커리 '곤트란쉐리에'도 가맹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장 개수는 2017년 5월 기준으로 약 30개에 달한다. 이 외에도 2013년 이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베이커리 브랜드는 20여개가 훌쩍 넘는다. 미국의 '매그놀리아베이커리'(4곳)와 일본의 '살롱드몽슈슈'(9곳), '몽상클레르'(4곳)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대형 커피전문점도 베이커리 영역을 확대하며 또 다른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매장을 1000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삼콩이 브레드, 바게트, 소시지롤, 크루아상 등 빵집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판매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중기적합업종 법제화다. 이는 중소기업청에서 적합업종의 기본계획과 시행 방안을 총괄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의 형태로 업종을 지정해왔는데 이를 법제화 시켜 아예 정부 부처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중기적합업종 법제화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지, 의문을 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네 빵집과 동반 성장을 해야 한다는 취지는 존중하지만 현재로선 영세 빵집보다 외국 빵집이 적합업종 제도의 최대 수혜주로 보인다"며 "실효성을 따져보지 않은 채 법제화부터 나선다면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빵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맹사업자들도 대부분이 퇴직금 등으로 점포를 마련한 영세한 자영업자다"며 "무조건 기업형 빵집을 규제하다보면 이 분들의 사업에 제한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네빵집은 그 나름대로의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기업은 고급 제빵 기술을 선도하면서 각자의
실제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은 성장 절벽에 직면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13년 이후 1% 대의 신규 점포 출점율을 보이고 있다. 뚜레쥬르도 2013년 이후 4년간 매장이 20개 정도만 늘어나며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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