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는 성장률이 올라간다고 청년실업이 해결되거나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는 급소, '킹 핀'을 건드려야 문제를 풀 수 있다. 킹 핀은 사회보상 체계와 거버넌스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그의 가치관과 철학이 담긴 저서도 주목받고 있다. 23일 김 후보자가 최근 펴낸 '있는 자리 흩트리기'라는 자전적 에세이에는 그의 가치관과 철학 상당 부분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합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용기가 없어서 회피했던 순간들이 누적돼 지금까지의 악습과 적폐를 만들어왔다"고 지적하며 악습·적폐의 예로 불합리한 구조나 시스템, 관행 등을 들었다. '적폐 청산'을 구호로 당선된 문 대통령과 표현까지 일치한다.
김 후보자는 각종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신뢰' 회복과 축적을 내세웠다. "신뢰는 사회 전체적인 거래비용을 낮춘다"는 게 이유다. 그는 "사회 구성원의 관계는 한 번에 끝나는 '단발게임'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연속게임'"이라며 "연속게임에서는 상대와 협조하는 게 이득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제운용도 '장기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쌓아야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노무현정부 때 만든) '비전2030'에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개념을 넣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사회적 보상체계의 재설계를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도 공공 일자리를 확충하거나 노동의 질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비정규직,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노동 유연성 등은 모두 사회보상 체계를 재설정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혁신은 사람과 투자가 몰리면서 일어나고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게 바로 사회보상 체계"라며 "현재 사회 체계상 초과이윤이 발생하고 있는 법조계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급량을 늘리는 게 해결 방안"이라고 밝혔다. 전문직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에 존재하는 '진입장벽'에 대한 혁파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거버넌스는 사회보상 체계를 누가 어떤 절차와 규칙에 따라 정하느냐의 문제"라며 "대통령, 국회, 중앙정부로부터의 탑다운 형식이 아닌 서민, 변방,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등 아래에서 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뿐 아니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중책을 맡게 된 인사들의 경제 철학을 알기 위해 그들의 저서를 찾아 읽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경제부처 공무원은 물론 기업에서도 수요가 많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한국 자본주의'는 23일 오후 경제·경영분야 32위까지 올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100위 안에 이름이 없던 책이다. 김 위원장의 '종횡무진 한국경제'도 17주 연속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2012년 출간된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 자체가 문 대통령 당선 때문이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려면 그들의 경제학적 사고의 기반을 이
[김기철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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