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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비정규직 전환 비상…"준조세 늘어나는 것"

기사입력 2017-05-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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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br />
↑ 서울 시내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되면서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인건비 부담이 추가로 가중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주류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23일 "지금도 정부 부담금만 수십개가 있는데 또 준조세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고용 시장 안정도 중요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 경영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일정 비율 이상 비정규직을 쓰는 대기업에 상한 비율을 제시하게 하고, 이를 초과하는 업체에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상시 업무나 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출산·휴직 결원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사용 사유제한 제도'를 도입해 비정규직 자체를 잡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재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 기준 마련 등 관련 정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23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5개 대기업 집단에 속한 481개 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86만명으로 전체 고용 인원의 40.8%(2016년 기준)로 집계됐다. 기간제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0만명(9.4%)선이지만 66만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31.5%)까지 포함하게 되면 이 비중이 크게 올라간다. 향후 정부가 고용부담금 페널티를 물리는 과정에서 협력업체 고용 등 간접고용까지 비정규직으로 넣을지 여부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간접고용이 많은 대표 업종은 조선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정규직이 2만5000여명인 반면 비정규직은 4만6000여명에 이른다. 비정규직 비율이 무려 65%가 넘는다. 하지만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을 제외하면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비율은 3.2% 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 자체 특성상 인력 채용에 변동폭이 큰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이 많은 유통업체는 정부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도소매업 부문 기업의 간접고용을 포함한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40.9%에 달한다. 이마트는 30.9%, 롯데쇼핑과 홈플러스는 각각 44%, 44.1%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등 특정 기간에만 일손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단기근로자 채용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판매·용역직이 많은 유통업 특성상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작정 줄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협력회사 정규직 근로자가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크게 보면 이들도 파견 근로자 범주에 들어갈 수 있어 정부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댈 경우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건설·외식업은 근로자가 거꾸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 필요에 따라 시간제 근무를 선택하는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전체 노동자 89.5%가 비정규직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인원 80%는 스스로가 시간제로 근무하길 원하는 주부나 학생"이라며 "근무 시간도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조율하는 등 일반 회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전업 근무를 부탁해도 노동자 측에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직접 채용한 직원은 공사 기간이 끝난 뒤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변동에 따라 인력 수급 변동이 크다는 변수도 있다. 주택은 2~3년 단위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해외 건설은 3~5년 주기로 시황을 타는 경우가 많아 장기 업황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중소 건설사 불만도 크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조그만 건설회사는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감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프로젝트별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게 필수"이라고 호소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 공사 마진이 박해 건설사들이 이윤도 못 남기는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에서는 과도한 정규직 바람이 중소 협력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이미 서비스 기사 등 5200명 하청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SK브로드밴드의 발표에 대해 협력사들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감과 직원 빼가기라는 것이다.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다. 케이블TV 업계는 규모나 자금력에서 열세여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은 현재 40여개 협력업체에 16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티브로드는 1400여명, 딜라이브는 19개 협력사에 1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들 대부분이 이미 정규직인데 자회사 직원으로 고용하라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며 "자회사 직접고용은 현재로써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비정규직으로 해석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파견 근로자 사용이 허용되지 않아 이를 허용하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경쟁국 메이커에 비해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대형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는 "사내 하청까지 금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경쟁력이 더욱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최승진 기자 / 문지웅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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