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준 엑스페론골프 대표가 무게중심을 표시한 골프공을 소개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단 엑스페론골프 본사에서 만난 김영준 엑스페론골프 대표는 골프공을 들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골프공은 적어도 육안으로는 완벽한 구(球)의 형태에 가깝다. 엑스페론골프를 창업하기 전 김 대표는 골프장에서 로스트볼(잃어버린 공)을 수거하는 일을 했다. 골프공을 수시로 접하던 그는 어느 날 공구상에서 측정장비로 지름을 재보곤 측정 위치에 따라 43±2㎜의 차이가 나는 걸 발견했다. 골프공이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면 칠 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골프공은 단단한 고무로 이뤄진 구 모양의 솔리드 코어에 플라스틱을 사출해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무중력 상태가 아닌 이상 코어를 완벽하게 중앙에 위치시키기 어려워 금형에서 냉각사출을 거칠 때 플라스틱이 고르게 도포되지 못하고 골프공 표면이 굳는 시간도 부위에 따라 달라 공 모양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그는 "중심이 치우친 상태를 '편심(偏心)'이라고 하는데 이런 공을 치면 무게중심이 실린 쪽으로 날아가게 된다. 문제는 육안 혹은 촉감으로 무게중심이 어느 쪽에 있는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던 김 대표는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에서 프로 레슨가로 전향한 데이브 펠츠의 책 '프로처럼 퍼팅하기(Putt Like the Pros)'에서 답을 찾았다. 골프공을 완벽하게 만들 수 없다면 무게중심을 찾아 표시하면 된다는 간단한 아이디어였다.
엑스페론 골프공은 T, N, V사 등 유명업체와 만드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건 밸런싱 작업을 통해 무게중심을 찾아 붉은 띠 모양으로 표시해준다는 것이다. 공의 중력방향을 안다면 티샷이나 퍼팅 때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가 수월해진다. 엑스페론 골프공은 이런 특성으로 가격이 다른 업체 것에 비해 10% 더 높다. 김 대표는 "일반인용엔 붉은색 띠로 퍼팅라인만 그려주지만 프로용(장타자용)엔 퍼팅라인과 드라이버라인을 모두를 그려 넣는다"며 "공을 치는 사람의 실력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정직한' 골프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휘면 스윙 자세나 골프채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진짜 문제는 공일 지도 모른다"며 "엑스페론 골프공엔 20여개의 특허가 담겨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엑스페론골프는 프로선수들에겐 무상으로 자사 공을 제공하고, 유망주를 발굴해 기증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엑스페론골프 이름이 널리 알려지만 볼 밸런싱을 도와주는 '볼닥터'를 본격적으로 시판할 계획"이라며
[광주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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