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준석 씨는 요즘 유행하는 구찌 백팩을 구입했다. 외모에 적극 투자하는 그루밍족인 그는 트렌드에 맞춰 명품 옷을 사입는다. 과거 경제력이 있어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중장년 남성들이 최근들어 자기 외모를 가꿔 자존감을 높이는데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 젊은 남성 직장인들도 여성 못지 않게 명품 백 구입에 적극적이다. 출근길에 서류가방 대신 세련된 백팩을 매면 두 손이 자유로워 스마트폰 사용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4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남성 수입명품 가방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 특히 수입명품 백팩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137%) 급증했다. 반면에 여성의 수입명품 가방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1월~4월 신세계백화점 명품 잡화 매출 중 남성 구입 비율은 28.1%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27.7%보다 소폭 증가했다.
남성 소비가 늘면서 명품업체들의 매장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명품 에르메스의 플래그십스토어 1층은 최근 남성복 매장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명품 매장 1층이 여성복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최근들어 명품 시장 큰 손으로 부상한 남성 고객의 발길을 끌기 위한 인테리어 전략이라는게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루이비통과 펜디도 지난해 국내 첫 남성 전용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 남성 전용 매장은 신세계 남성 브랜드 매출액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고객들은 의류는 물론 가방, 지갑, 액세서리, 시계 등 전 제품군을 골고루 구입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 남녀 토탈 매장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 눈치를 보면서 주뼜거렸지만 전용 매장에서는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1년부터 남성전문관을 잇달아 선보이며 남성 명품을 강화해왔다. 본점은 100여개에 달하는 해외 럭셔리 남성 브랜드를 한데 모은 컨템포러리 럭셔리 남성관을 신관 6층에 운영하고 있다. 브리오니, 제냐, 벨루티, 페라가모, 꼬르넬리아니 등 기존 클래식 감성의 브랜드 뿐만 아니라 발렌티노, 톰브라운, 몽클레르,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 분더샵 등의 컨템포러리 감성의 럭셔리 브랜드가 대거 입점돼 있다. 신세계 강남점 '멘즈 살롱'은 루이비통, 벨루티, 펜디, 라르디니 등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백팩 브랜드는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지방시, 투미, 톰브라운, 제냐 등이다. 구찌는 기존 GG로고 바탕에 화려한 자수와 패치 등을 넣은 디자인 제품 판매가 늘면서 남성용 제품을 대폭 확대했다. 영국 남성 잡지 GQ의 편집장 딜런 존스와 협업한 5부작 필름 시리즈 '퍼포머스'도 선보이며 남성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요즘 남성들에게 주목받는 이탈리아 명품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올해 1월~5월 매출이 전년보다 12% 신장했다고 밝혔다.
G마켓 수입명품 가방 베스트 1위에 오른 루이비통 '패션쇼크 루이 비통 N23252'(187만5000원)은 가죽 재질 크로스백. 탈부착과 길이 조절이 가능한 숄더 스트랩이 포함되어 토트백, 숄더백으로도 연출 가능하다. '프라다 백팩 2VZ001 TESSUTO'(150만3600원)은 천 소재에 심플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수납공간이 많아 일상생활은 물론 여행에도 유용하다. '발리 백팩 HINGIS-137'(53만4860원)은 캐주얼한 멋을 느낄 수 있다.
'발렌시아가 클립 라지 클러치'(52만2000원)는 수납력이 좋은 상품으로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제작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사용감과 컬러가 특징이며 간단한 서류까지 수납할 수 있다.
G마켓에서는 반품됐거나 약간 흠이 있어 팔수없는 상품인 리퍼브·중고명품도 잘 팔린다. 올해 1~4월 남성 리퍼브·중고명품 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했고, 중
G마켓 관계자는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명품 브랜드 잡화를 찾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며 "특히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입하면 할인 혜택 및 무이자 할부 등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100만원대의 명품백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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