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는 독성이 강해 난소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커다란 고민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서구에서는 항암치료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폐경상태를 유도하는 것이 이 같은 손상을 줄여 가임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방암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실제 출산율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10여년에 걸쳐 환자들의 임신과 출산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유방외과 이정언 교수·김이삭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2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유방암으로 수술받은 20세이상 40세이하 젊은 여성 환자들 중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GnRH agonist)를 투여받은 환자 82명을 분석한 결과, 발병 당시 기혼자 31명과 치료 후 결혼한 10명을 더한 41명의 기혼자 중에서 15명이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기혼자 중 이미 아이가 있어 더 이상 출산계획이 없거나 임신 자체를 원하지 않았던 환자(11명)를 빼면, 임신을 원했던 환자(30명)의 절반이 무사히 아이까지 낳은 셈이다. 이들 15명 중에서는 다자녀를 둔 환자도 확인되었는데 자녀 2명을 낳은 환자가 2명, 3명의 자녀를 낳은 환자도 1명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는 유방암에 대한 호르몬 치료의 보조요법 중 하나인데, 뇌하수체에 작용해 여성생식 내분비체계를 억제하여 일시적으로 폐경상태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항암치료 일주일 전부터 28일 간격으로 피하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부 해외 연구에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를 투여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 보다 임신 가능성이 많게는 2.5배 가량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유방암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동안 이 방법을 사용한 환자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암치료 완료 후 임신까지의 기간은 평균 41.4개월이었으며 이들의 임신과 출산도 순조로웠다.
이정언 교수는 "아직 미혼이거나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암 그 자체로도 힘든 상황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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