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자동차, 의류 등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장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보다는 국내에 있는 핵심 모공장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양질의 국내 일자리가 늘어난다."
국내 일자리 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리쇼어링'이 부각되는 가운데 외국으로 나간 공장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보다는 국내에 있는 '핵심 공장'을 키워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글로벌 생산 분업체계를 고려할 때, 해외에 진출한 현지 공장을 국내로 다시 되돌려도 경쟁력을 잃기 십상인 만큼 국내 공장을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첨병으로 키워 '비교우위'를 점해야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조성재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한국 제조기업들의 동아시아 생산네트워크와 일자리'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리쇼어링 정책보다는 모공장(Mother Plant)의 중심성을 유지하면서 연구개발직과 영업직 등 고숙련 직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전자, 자동차, 의류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대표적인 3개 산업을 분석해 '해외공장 설립 = 일자리 감소'라는 단순한 구도가 잘못됐음을 입증했다.
가령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 업체는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지난 20년간 8만~9만명 수준으로 고용이 정체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는 1995년 11만명에 불과했던 고용 인원이 2014년 22만명으로 2배가 늘었다. 보고서는 "경쟁력을 확보한 부품업체들이 해외 현지 생산 공장에 대한 핵심부풀 수출을 늘렸다"면서 "이로 인해 부품업체 국내 고용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해외동반진출에 따른 핵심 부품 수출 증가가 고용을 오히려 늘린 셈이다. 휴대폰과 의류 산업 역시 이같이 연구개발직, 사무관리직 등 고숙련 직종을 중심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났다.
학계에 따르면 기업 경영은 상류(기획, R&D, 핵심부품) → 중류(가공조립 및 제조, 물류) → 하류(판매, A/S, 금융, 브랜드 관리) 등으로 이어진다. 이 중 중류에 해당되는 부분은 저부가가치 일자리로 글로벌 생산 분업체계에서는 중국,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이 주로 담당한다. 결국 상류와 하류에서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모공장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지다. 모공장이란 어떤 기업의 공장 중 핵심부품 및 기술을 제일 먼저 도입하고 실험하는 공장으로, 모공장이 국내에서 역할을 하고 있어야 그만큼 고숙련 일자리를 국내에서 더 창출할 수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2~2016년 간 해외공장을 철거하고 국내로 복귀한 업체는 85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부 중소기업이며 점점 복귀 기업 수가 줄고 있다. 법인세·소득세를 최장 7년간 50~100% 감면해주는 등 헤택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국내로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인건비가 높아 가공조립 등 중류 분야에서는 베트남, 중국 등 개발도상국과 경쟁이 되지 않아 기업 차원에서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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