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보조금 경쟁에 신음하던 이동통신시장이 LG전자의 '분리공시 도입' 주장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분리공시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주는 지원금을 각각 구분해 공개하는 제도다. 현재는 제조사 지원금을 이통사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고객에게 주는 휴대전화 지원금뿐 아니라 유통망에 주는 판매 장려금까지 제조사와 이통사의 재원을 나눠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분리공시 대상을 지원금뿐 아니라 판매 장려금까지 확대한 셈이다.
흔히 '리베이트'로 불리는 판매 장려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유통점에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지급한다. 유통점은 장려금에서 일부 마진을 뗀 뒤 고객에게 지원금으로 제공한다.
현재는 지원금만 제조사와 이통사 재원을 구분하지 않고 공시되고, 장려금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현행 방식의 지원금 공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라 도입됐다. 2014년 법이 마련될 당시에는 제조사와 이통사 지원금을 각각 공시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막판 심의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 노출'이라는 제조사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여러 차례 분리공시 도입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도입 논의는 분리공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LG전자가 전면 도입에 찬성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LG전자는 리베이트가 좌우하는 국내 이동통신시장 환경에 지난 3월 출시한 프리미엄폰 G6가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 사전 마케팅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1년 전 모델인 갤럭시S7의 실구매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G6의 초반 수요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G6가 출시된 후 갤S7의 불법 보조금이 크게 뛰면서 갤S7의 실구매가는 1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2015년 가을에 나온 구형 모델인 갤럭시노트5는 사실상 '공짜폰'이 됐다.
G6의 판매량은 출시 초반 하루 1만대 이상에서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0월∼2015년 6월 삼성전자가 통신사 대리점에 직접 투입한 리베이트는 2458억원으로 LG전자(660억원)의 6배에 달했다.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 중 삼성전자가 65∼70%, LG전자와 애플이 각각 15%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단말기 당 리베이트 금액은 LG전자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분리공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종 보조금 경쟁을 투명화하고, 출고가의 거품을 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면 제조사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늘리는 대신 출고가를 인하하라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분리공시 제안이 나온 뒤 삼성전자는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기존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이런 부담은 마찬가지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손발을 묶는 전략으로 분리공시 주장을 들고 나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리베이트 제공에 제동을 걸어 경쟁의 판을 바꿔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분리공시 도입까지는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 간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추경 예산안과 장관 청문회 등 다른 이슈가 산적해 도입 논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디지털뉴스국]
↑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9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한 6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홍보관에서 시민들이 갤럭시 S7 등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9조 원대 영업이익은 2013년 역대 최고치인 10조1천600억 원 이후 13분기 만이다. 201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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