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인공망막 이식수술의 작동원리 |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다 10년 전쯤 완전히 시력을 상실한 54세 여성 환자에게 인공망막을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아주 강한 불빛 정도만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환자는 인공망막 이식수술을 받은 후 움직이는 차를 감지하고 시력표의 큰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윤영희 교수팀은 지난달 26일 망막색소변성 환자 이화정 씨에게 인공망막 기기 '아르구스2'의 내부기기를 다섯 시간에 걸쳐 이식했고, 수술 2주 후인 6월 12일 외부기기와 내부기기의 전자신호를 연결하는 작업도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화정 씨는 수술 전에는 강한 빛의 존재 정도만 희미하게 구분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수술 후 한 달 가량 지난 지금은 시력표의 가장 위에 있는 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상태다. 현재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이 씨는 앞으로 20회에 걸친 재활을 통해 기존에 알고있던 사물이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공간이 어떤 시각패턴으로 뇌에 인식되는지 훈련을 하게 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기본적인 일상생활 및 독립 보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시각재활 치료의 목적이다.
안구와 안구 내부 망막 위에 시각 정보 수신기 및 백금칩을 이식하고 안경에 부착된 외부 카메라 및 특수 휴대용 컴퓨터기기와 연동시켜 시각중추에 신호를 전달하는 인공망막 '아르구스2'는 현재까지 미국, 유럽, 중동 등의 망막색소변성 환자 230여 명에게 시행됐다. 인공망막 이식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함에 따라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위기에 처한 국내 환자 약 1만여 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게 됐다.
망막색소변성은 가장 흔한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태어날 때는 정상 시력이지만 이후 망막 시세포의 기능에 점진적으로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4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환자의 유전형태에 따라 발병 시기가 다양한데, 초기에는 야맹증을 주로 호소하고 시야 손상이 진행되며, 말기로 진행하면 중심부 망막이 변성되면서 중심시력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망막색소변성은 진단받아도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었다. 최근 30년간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망막색소변성 환자를 위한 인공망막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미국 FDA 승인과 유럽 CE 마크를 동시에 획득한 인공망막 기기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안과 연구소의 마크 후마윤(Mark Humayun) 박사가 개발한 '아르구스2'가 유일하다.
수술을 집도한 윤영희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하고, 이와 관련해 3대 첨단 치료법인 유전자치료, 줄기세포치료, 인공망막 이식 수술이 수십년간 계속 연구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치료 방법으로는 인공망막 이식 수술이 유일하다"며 "이번에 우리나라가 아시아를 대표해 인공망막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국내 뿐만이 아니라 주변 여러 나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화
'아르구스2'는 올해 4월 식약처로부터 수입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신의료기술 평가 등 추가 절차를 기산과학과 함께 진행 중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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