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제품만 골라 사먹겠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식품 대기업 오뚜기에 대한 신뢰와 칭찬을 담은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을 거의 고용하지 않고 수천억원대 상속세를 내는 등 미담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진정성 있는 윤리경영에 감동한 소비자들은 급기야 '갓뚜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갓뚜기는 신이라는 의미의 '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재벌 개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오뚜기에 대한 찬사다.
오뚜기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해 9월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별세였다. 함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간 조명받지 못했던 오뚜기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미담은 함영준 회장이 함 명예회장에게 오뚜기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낸 1500억원대의 상속세다. 지난해 9월 함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오뚜기 주식은 총 46만5543주. 오뚜기 전체 주식의 13.53%로 금전적 가치는 당시 주가 기준 3500억원에 달했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에 붙는 증여세는 50%다. 약 1750억원을 세금으로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오뚜기의 선택은 분명했다. 함 회장은 15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주식 전량을 상속받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함 명예회장의 경영철학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요즘 세태와 확연히 대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오뚜기의 전체 직원 수 3099명 중 36명 만이 기간제 근로자로 비정규직 비율이 불과 1.16%에 그친다. 전반적으로 식품업계는 비정규직 비율이 낮지만, 마트에 파견하는 시식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이를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여겨지며 '착한 기업' 이미지에 일조했다.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은 오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였다. 특히 '왼 손이 한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철학이 감동을 더했다. 함 명예회장은 생전인 2015년 11월 315억원 규모의 오뚜기 주식 3만주를 사회복지단체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남몰래 진행한 개인적인 기부였지만 금융감독원에 보유주식 감소 내용을 보고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담이 전해졌다. 그는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4242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생명도 선물했다.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함 명예회장의 사후 그를 기리는 모습이 조명되면서 오뚜기의 꾸준한 선행이 다시 한 번 회자됐다.
최근 알려진 석봉토스트와의 사연은 10년 만에 선행이 알려진 희귀한 사례다. 2000년대 초 서울 무교동에서 노숙자들에게 하루 토스트 100개를 나눠주며 유명해진 '석봉토스트' 김석봉 사장이 오뚜기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에게 소스를 무상 제공했다는 사실을 자서전에 소개하면서 '나눔과 양심의 자본주의'의 대표사례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오뚜기의 평판을 높인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라면 등 식품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지만 오뚜기는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2008년 100원 인상 이후 10년째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은 많았지만 라면 등 서민물가에 직결되는 식품값을 일제히 올릴 경우 가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사상 첫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성원에 걸맞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엔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50대 브랜드에도 당당히 진입했다. 닐슨코리아 조사 기준 2014년 18.3%에 불과했던 라면 시장점유율은 지난 5월 말 기준 25%까지 급상승했다.
히트상품 '진짬뽕'의 약진 등도 보탬이 됐지만, 진짜 힘은 '오뚜기 상품 구매운동'까지 불러 일으킨 모범적 윤리경영에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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