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좌)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드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반토막난 실적을 내놨다. 반면 LG생건은 화장품 사업이 주춤하는 동안 생활용품과 음료사업 등 다른 사업부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날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2683억원, 영업이익은 50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6.1% 30.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 영업이익 또한 57.9% 급감, 매출액도 17.8% 줄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도 타격을 받았다. 국내 사업 매출은 10.1% 감소한 1조9100억원, 영업이익은 32.3% 하락한 3166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 하던 글로벌 사업은 국내외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성장세가 둔화해 매출은 7.3% 성장한 885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6% 가까이 내려갔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을 전면 중단한 이후 매출 30%를 차지하던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설화수, 헤라 등 고가화장품이 주도했던 면세점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7%나 하락했다. 또한 요우커의 감소는 명동, 강남 등 주요 관광 상권 매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고정비 부담·인건비 상승 등 악재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LG생건은 사드 보복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생건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 증가한 3조1308억원, 영업이익은 7.3% 증가한 4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됐던 2분기의 경우 매출이 1.5% 줄어들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3.1% 성장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LG생건 역시 면세점 매출이 하락(-26%)하며 화장품 부문이 주춤했지만 코카콜라 등 음료와 생활용품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며 화장품의 부진을 상쇄했다. 2분기 음료 부문 매출은 3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28.1% 뛰었다.
비슷한 시장 악화 속에서도 양사의 명암이 엇갈린 데에는 사업을 이끄는 각 수장들의 다른 경영스타일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모레퍼시픽을 이끄는 서 회장의 경우 '화장품 온리(only)'를 외치며 이외 비(非)화장품 사업은 매각하거나 연구 ·개발(R&D)을 소홀히 해왔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의 약 90% 가까이가 화장품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그 의존도가 상당하다. 또한 이 중 35% 이상이 중국인 매출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결국 사드발 위기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차 부회장은 특유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경영을 통해 화장품 외에도 음료, 식품, 생활용품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매출 균형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사업부문에서 화장품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은데다 면세점 외에 현지 백화점, 방문판매 등 유통망을 고루 확보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온라인 시장 강화, 체험형 공간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면서 "중국 외에도 인도, 중동, 북미 등 해외사
LG생건은 하반기에도 후, 숨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사드를 정면돌파 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드 보복 극복에 일등공신인 생활용품과 음료부문도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삼각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히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