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방송된 드라마 '용팔이'에서 외과의사 김태현은 사채 빛을 갚기 위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조직폭력배 조직원까지 치료하는 등 '장소불문·환자불문' 돈만 주면 찾아가는 의료 행위를 하고 다닌다. 이 행위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자격정지 3개월'에 처해지는 불법 행위다. 현행법상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응급처치가 필요하거나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기 곤란할 때 예외가 허용되긴 하지만, 그 외의 방문진료(왕진)는 사실상 금지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지역별 의료격차가 심하고 움직이기 곤란한 환자를 위해 의사 왕진 활성화의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의료업계에선 왕진이 의료취약계층 지원방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세 심화로 노인환자 및 만성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도 왕진 활성화에 힘을 실어준다.
불법 왕진의 적발 건수는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의료기관 외에서의 의료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64건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왕진에 대한 법적 처분을 현실화해야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은 "고시에서 정한 '왕진' 절차를 어겼다며 일률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A사회복지법인 B재단의원은 2013년 7∼9월과 2014년 10∼12월 혈우병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진료한 뒤 진찰료·주사료 등을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해 9423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왕진결정을 받지 않은 채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1호(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수급권자, 부양의무자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급여비용을 부담한 경우)'를 위반했다며 B재단의원에 60일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왕진결정을 받지 않은 채 왕진이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진료가 부당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보장기관의 왕진결정은 왕진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사전에 확인하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지 왕진에 의해 제공할 의료급여의 적정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B재단의원이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비용을 받아낸 것이 아니라고 본 셈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절차와 규정만 따질 게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과 필요성까지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의사 왕진의 현실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왕진료 수가 산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진료비 외에 교통비 등의 비용을 실비 수준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보건복지부 고시에 규정돼 있을 뿐이다.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비용부담이 될 뿐더러 의사도 수가 차이가 없어 왕진에 나설 유인이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 왕진 활성화법(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눈길을 끈다. 이 안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의사가 방문진료를 했을 경우, 일정한 금액을 가산한 별도 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을 손쉽게 방문하지 못하는 투병인에 한해서 의사 왕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뜻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왕진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왕진에 대한 별도 수가의 적용 대상 범위는 개정안이 논의되면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기 의원 측은 "왕진 활성화는 지난 박근혜정부 때 제시된 서비스발전기본법에 속해 있는 원격의료의 대안"이라며 "왕진에 대한 별도 수가 지급 대상이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리의 농어촌·도서산간지역인지, 얼마만큼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인지는 앞으로 부처 협의나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해 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선 보건의료정책실 보험급여과가 왕진에 대한 별도 수가 산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왕진 활성화에는 동감하지만 신중하게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의 환자 중심주의 강화라는 면에서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며 "현재 왕진은 법적 제제와 왕진 수가의 비현실성으로 인해 의료봉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하면 의료취약계층에게 더 많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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