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가 초호황을 맞이하면서 전자업계에서 원재료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단기 호황을 넘어 슈퍼싸이클에 진입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모서리 부분에 들어가는 경연성 인쇄회로 기판(RF-PCB)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 부품은 OLED 패널에 딱딱한 기판과 구부러지는 기판을 결합한 것인데 재료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에선 두산,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FCCL을 판매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이 동시에 OLED 탑재한 스마트폰을 하반기 출시하면서 관련 재료를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회로를 인쇄하는 기판인 웨이퍼가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웨이퍼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늘어났다. 업계에선 올해 3분기 가격상승률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이퍼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기업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장기·대량 구매가 가능하고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초 LG그룹으로부터 웨이퍼 생산 업체 LG실트론의 지분을 인수한 만큼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반도체에 전력을 지원해주는부품인 MLCC(적층 세라믹 콘덴서)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약세를 이어가던 이 부품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부품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무라타가 점유율 40%, 삼성전기가 20%대를 차지하는 부품이다.
소재 뿐 아니라 장비업계도 상반기 실적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뛰어넘은 업체들이 많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세메스가 상반기 1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에스에프에이는 반도체 후공정 계열사 에스에프에이반도체 실적을 제외한 순수 장비 사업에서 81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과 OLED 증설 투자에 힘입어 세메스·에스에프에이 외 AP시스템,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테라세미콘, 테스,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재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전형적인 IT 슈퍼 호황에 가까워지는 신호지만 IT편중 현상이 향후 우리 경제에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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