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곡물과자 생산업체인 개미식품은 지난달 공장을 확장이전했다. 현재 설비로는 늘어나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면적은 1741㎡에서 4249㎡으로 약 2.5배 늘어났고, 1개였던 생산라인을 1개 추가해 생산량은 두 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개미식품이 창사 이래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롯데마트였다. 올해 초 가성비가 뛰어난 곡몰과자 PB(자체브랜드)제품을 만들려는 롯데마트는 다양한 검토 끝에 개미식품을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후 지난 2월 개미식품은 롯데마트와 함께 PB브랜드 상품인 '온리 프라이스 국내산 21곡 크리스피롤 미니'를 20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였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단 '온리프라이스'의 철학을 담아야 했다. 롯데마트의 균일가 PB상품 브랜드인 '온리프라이스'는 포장 등을 단순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고 고객에게 '똑똑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뛰어난 품질에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가장 큰 의견 충돌은 제품 크기에 관한 것이었다. 상품 개발을 맡은 롯데마트 김지상 과자MD(상품기획자)는 타 상품과의 차별화를 생각해 상품 크기를 줄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개미식품의 전미란 대표는 제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공정에 맞춰 제작하길 원했다.
김지상 MD는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 더 많은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고 설득했고 결국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온리프라이스 크리스피롤 미니'가 탄생하게 됐다.
인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9개월 정도 물량을 생각해 초도 물량으로 '온리프라이스 국내산 21곡 크리스피롤 미니'를 9만 개 주문했다. 하지만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9만개 물량은 출시 한달만에 전부 판매됐다. 이후 출시 5개월만에 총 누적 주문량은 60만개를 넘어섰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확정이전해 생산설비를 늘렸다.
이같은 '온리프라이스 국내산 21곡 크리스피롤 미니'의 인기에 힘입어 개미식품의 월 평균 매출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30% 이상 상승했다.
더불어 미국 진출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6월 롯데마트를 찾은 미국 바이어가 '온리프라이스 국내산 21곡 크리스피롤 미니'를 보고, 개미식품에 직접 연락해 미국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재 상품 패키지 작업 중이며, 9월에 첫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지난 2월 롯데마트에서 처음 선보인 PB상품인 '온리프라이스' 상품들은 가격 단위가 모두 천 원 단위로 이뤄져 있다. 특히 상품마다 하얀 포장 겉면에 가격을 표시해 고객들이 손쉽게 가격을 인지할 수 있게 했다.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고객들이 상품 선택시 가격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롯데마트가 선보인 100여개의 '온리프라이스' 상품은 대부분 기존 거래 업체가 아닌 새로운 업체와 협업해 탄생한 제품들이다. 생활용품의 경우 신규 거래 업체의 비중이 90%가 넘는다. 여기에는 PB상품 생산 시 기존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원가 인하를 강요하지 말라는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강력한 상생의지가 담겨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최근 온리프라이스 파트너사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롯데마트처럼 큰 유통업체와 거래해 고정비가 감소했다는 이유로 파트너사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롯데마트와 파트너사의 관계는 상생 관계로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 간담회에서 제기된 개미식품의 애로사항도 개선 과정에 있다. 간담회에서 개미식품의 전미란 대표는 "납기일이 촉박해 원가 측정에 있어 인건비 부분이 적게 잡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김종인 대표는 "담당 MD에게 원가 내역의 재검토를 지시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9월 이후 발주 물량부터는 원가 재조정을 마친 상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또한 김 대표는 "개미식품에서 좋은 상품을 생산해준 덕분에 롯데마트의 매출도 늘었다"면서 롯데그룹 다른 계열사를 통한 개미식품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리프라이스 제품을 통해 개미식품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도 PB상품을 제작할때 롯데마트와 파트너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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