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축산안전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는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조 대응이 미흡한 데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분산돼 서로 책임 떠넘기기와 면피성 발언을 일삼으면서 국민들의 먹거리 불신을 오히려 더 키웠다고 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계란 사태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혼란을 막을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확실히 정립하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관리 시스템을 범부처적으로 평가 점검하고 분산된 정책들을 국민 안전 측면에서 재조정·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사태에서 식품 안전을 책임진 두 감독기관은 엇박자를 내기 일쑤였다. 지난 14일 농식품부가 최초로 살충제 검출 사실을 발표한 이후 살충제 발견 농가가 어디인지 공개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소비자들은 냉장고 안의 계란이 문제된 농장에서 생산됐는지가 가장 궁금했지만 농식품부는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위임받았을 뿐 유통·소비 관련 권한은 식약처에 있다"면서 발표를 미뤘다. 결국 살충제 검출 사실을 인지한지 30시간 가까이 돼서야 식약처가 문제의 계란껍데기에 새겨진 난각코드를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한 달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식약처가 유통단계 계란 검사를 통해 2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을 추가로 발견했지만 검사를 맡은 농식품부와 별개로 발표하면서 살충제 추가 발견 농가가 2개냐 4개냐를 두고 혼란이 가중됐다. 살충제 계란 농가 60여곳이 무더기로 나온 17일에도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엉터리 농장 명단을 공개하고 난각코드는 제때 발표하지도 못해 비판을 받았다.
컨트롤타워가 혼란해지면서 신속하게 전수검사를 하겠다는 정부 방침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검사를 맡은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일부 농가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농장주에 샘플 수집을 맡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121개 농가에 대해 재검사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부실검사를 받은 농장 121개 가운데 2곳은 재검사 결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엉터리' 전수검사를 방증한 셈이다. 이 와중에 축산 농가에 대한 친환경 인증을 내준 민간 인증기관에 농관원 출신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관원과 농피아(농관원 출신 퇴직관료), 축산 농가간에 친환경인증을 놓고 복잡한 연결고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의심스러운 농관원 출신 퇴직관료가 인증기관에 취업하는 관행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검사의 신뢰성 문제도 계속 도마에 올랐다. 검사 매뉴얼에 27종의 살충제를 검사하도록 정해져있지만 기기 부족 등을 이유로 420개 농가는 19종만 검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농식품부는"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는 모두 검사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사 결과 살충제 농가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날 420개 농장에 대한 추가 보완검사 결과 3개 농장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 이전의 전수검사와 달리 추가 보완검사는 계란이 이미 시중에 풀린 이후에 시행된 것이다. 문제가 된 3개 농장의 계란도 각지로 팔려나갔다.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조사의 신뢰성조차 정부가 스스로 내동댕이친 셈이다.
제조회사와 보완조사가 이어지는 혼란속에서 정부는 현실성 없고 소비자 불안만 키우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살충제 계란'으로 만든 가공식품까지 모두 찾아 전량 폐기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빵이나 과자 등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계란은 주로 껍질을 깨서 내용물만 분리해 통에 담은 '액상 계란'이다. 액란의 유통기한이 72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빵이나 면 등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액란을 전부 수거해서 폐기했어야 하는데 사후 조치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살충제가 검출된 액란을 없애지 못한 만큼 당국은 액란의 복잡한 경로를 추적해 가공식품을 폐기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A제빵업체 관계자는 "계란을 깨서 액란 상태로 만들 때 지역·생산지 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날 들어온 계란들이 모두 섞이게 된다"며 "단순히 탱크로리에 담긴 계란을 수거하는 것과 이 계란으로 만든 가공식품을 수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살충제 계란' 액란으로 만든 가공식품의 수거·폐기 기준을 어디다 둘 것인지도 문제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전량 수거·폐기' 방침만 세웠을 뿐 아직 세부적인
[석민수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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