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당진 열연공장 전기로가 이르면 다음달 이란의 카베스틸사에 팔린다. 동부제철의 전기로는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어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재계와 철강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란 카베스틸은 이달 안에 동부제철, 채권단과 전기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2~3주 안에 매각 협상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이란 카베스틸은 전기로를 비롯해 콘스틸, 정련로, 연주기 등 주요 설비를 모두 통째로 이전해 갈 예정이다. 운송은 배로 이뤄진다. 조선업 불황 여파로 대형 크레인이 해외에 헐값으로 팔려나가는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매각가격은 12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쏟아 부은 총 1조2000억원의 10분의 1 가격이다. 2009년 당시로서는 최신 설비인데다 유로화 환차손까지 더해져 조 단위 투자가 이뤄졌다. 김 회장은 2014년 10월 경영악화에 따른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동부제철 경영권을 상실했다. 이번 전기로 매각으로 제철사업을 시작한지 40년만에 이뤘던 '쇳물 독립의 꿈'도 이제 완전히 물거품인 된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은 5년간 전기로를 가동해 1조원 가량 적자를 기록해 2014년 12월 가동을 중단시켰다"면서도 "최근 철강시황이 회복되고 있는데 채권단이 최신 설비를 지나치게 싼 가격이 빨리 매각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자회사인 동부인천스틸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 매각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는 "채권단이 동부제철 전기로를 싸게 판 만큼 동부인천스틸을 비싸게 매각하려고 하지만 설비가 낡았고 품목이 중국과 많이 겹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