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박홍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과 공동으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바이오경제 혁신 정책 대토론회` 를 개최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토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원욱 의원, 신용현 의원, 유 장... |
'2030년 바이오경제 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준비해온 생명공학 육성전략 로드맵이 공개됐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바이오 업계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수렴해 미래 한국을 바이오강국으로 키우겠다며 이같은 목표를 내놨다. 과기정통부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 수립을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 정책 대토론회를 국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란 지난 20년간 2차에 걸쳐 8개부처가 합동으로 만든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3차 버전을 말한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8개부처가 지원할 바이오산업 육성계획과 비전이 담겼다. 1차와 2차 기본계획이 연구기반 마련과 인프라 구축 등에 기여했다면, 3차 계획은 지금까지 뿌린 씨앗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꽃피우고 결실을 맺겠다는 목표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석래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 과장은 "작년부터 100여 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위원회와 함께 기본계획을 만들었고 토론회와 포럼,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참여기회를 늘려 의견을 수렴했다"며 "오늘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관련부처들과 협의해 최종안을 만들고 세부 실행계획도 다듬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시장에 통할 '퍼스트 R&D'육성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3대 산업의 합계를 넘어서 2015년 1조6000억달러에서 2030년 4조4000억달러로 급성장하며 본격적인 바이오경제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는 인류가 직면한 3대 위기인 건강(제약·의료기기)과 식량(농축수산·식품), 환경·에너지(바이오소재·에너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으로 꼽힌다.
유 장관은 "바이오는 연구개발(R&D)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고 R&D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과학·기술집약적 산업"이라며 "융합과 혁신을 촉진하고 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퍼스트 R&D'를 적극 육성하는 한편, 혁신적인 바이오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일원화된 지원체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애정어린 조언이 쏟아졌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 총괄기획위원장인 이영식 한양대 교수는 "연구자들이 R&D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금은 과도한 규제와 '성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정성적이 아닌 정량적인 평가시스템 때문에 연구자들이 떠나고 있다"면서 "이번 계획이 잘 실현되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생명공학은 물론 다른 분야의 R&D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문위원장인 김대경 중앙대 교수는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만들어 실행에 옮긴 지 23년이 흘렀는데 세계적으로 이렇게 빨리 성장하고 좋은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바이오경제가 올 것이라는 단선적인 시간 개념만 있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체감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긴박하고 절박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무위원장인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100여 명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밑그림을 그렸지만 성패는 실무차원에서 얼마나 정책화하는지에 달렸다"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 긴 호흡이 필요하고, 복지부 산업부 등 여러 부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집행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또 "특히 이해당사자간에 갈등을 푸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규제와 관련해 반대하는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과정도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는 지금 '바이오 퍼스트' 전쟁중
패널로 참석한 산학연 전문가들은 지금은 전 세계가 '바이오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송시영 연세대 의대 학장은 "바이오는 우리 것보다 강한 제품이 나오면 완패당하고 마는, 게임의 원칙을 직접 만들면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의료계와 바이오산업의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세계시장에서 큰 파이를 선점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윤정 서울대 교수는 업계의 오랜 숙원인 규제 문제를 거론했다. 박 교수는 기존 규제를 풀어주는 시도는 각 부처가 잘하고 있고 이번 기본계획에도 규제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안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그런데 첨단기술을 사업화하는 규제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인허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다"며 "첨단기술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인허가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TF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은 공구 한양대 교수는 "오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언급한 바 있다"면서 "바이오 산업의 오랜 숙원인 네거티브 규제와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판교와 광교, 오송과 오창, 대전 등을 아우르는 클러스터 육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김일철 전남대 교수는 "거점 국립대학조차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연구를 계속하자고 붙잡을 인센티브가 없어 힘겨운 실정"이라면서 "특정 클러스터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지역별로 특화해 거점 대학과 지역기업들이 손잡고 대학원생의 연구를 지원하고 졸업후 취업까지 연계한다면 지방 기업들의 극심한 인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은 "2020년 글로벌 5% 점유율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컨설팅 전략이 필수"라며 "계획안에 정부출연연구소를 산한연병의 융합연구 허브 역할로 규정했는데,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연구 사업이나 개발과제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기업 키워야 양질의 일자리 나온다
현장과 투자자 입장에서 쓴소리도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 2차 기본계획까지는 기술 중심이었다면 3차부터 인더스트리로 넘어가는 것 같아 반갑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유닛인데, 이 과정에 여러 부처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기본계획이 마련되는 지금이 전체 산업의 큰그림을 그리기 좋은 시기인 만큼 10년짜리 장기 전략을 세워 플레이어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일자리는 훌륭한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스케일업 과정에서 나온다"면서 "200억에서 300억 규모의 작은 펀드를 많이 만들어 초기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매니지먼트도 함께 해준다면 벤처가 성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NRDO(No Reserch & Development Only) 기업인 남기현 큐리언트 대표는 우리 바이오산업의 목표 자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대표는 "신약개발의 성공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기술을 조기 이전하면 전체 가치의 10%밖에 가져가지 못한다"면서 "한 2~3년은 힘들수 있어도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들이 후기까지 신약개발을 유지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초 R&D'와 관련해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경영과 개발까지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니, 다른 나라처럼 정부가 지원하는 중개연구센터를 많이 많들어 다리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금융은 물과 같아서 잘 흐르게 해주면 된다. 물길이 막히지 않도록 상장과 인수합병(M&A) 등을 활성화해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활약하게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신뢰를 깨는 기업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바로 퇴출시켜 시장 신뢰를 지켜야 제대로 된 게임이 되고 자금이 돌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정부를 게임의 규칙을 적용하는 심판에 비유하면서, 초기 스타트업 등 돈이 가기를 꺼려하는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두
이날 토론회에는 유 장관을 비롯해 박홍근, 신경민, 신용현 의원과 관계 부처 담당자 및 100여명의 산학연병 전문가가 참석했다.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은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검토·반영해 이달말 바이오특위 및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 등 정부 회의체 상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