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직업병이라 별 수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면서 어깻죽지 부분에 뭔가 뭉쳐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팔을 움직이거나 목을 돌리기 조차 힘들었다. 간헐적으로 아팠던 허리통증 부위도 요즘 들어 지속적으로 뻐근하고 욱신거렸다. 조그마한 자극이 와도 통증이 느껴졌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근 정형외과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다행히 우려했던 디스크 질환으로 발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거북목 증상과 함께 척추 근골격계에 변형이 왔다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씨처럼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사용의 증가와 함께 척추와 경추관련 통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거북목이란 경추의 정상 구조인 C자가 역C자의 모양으로 변형된 증상을 말한다. 보통 일차적으로 C자형 목이 일자가 되는 '일자목'으로 변형된 뒤, 역C자형인 '거북목'으로 진행된다. 척추를 구성하는 척추 뼈 중 가장 큰 뼈인 요추 역시, 본래 C자 커브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는 용수철처럼 탄성을 지녀 무게를 분산시키고 외부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커브가 일자로 변형이 되면 각 종 통증과 질환의 원인이 된다.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목이나 허리, 특정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고 일정 부위에 대해서만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을 받는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통증의 근본적인 이유는 어느 한 곳이 문제라기보다는 척추와 경추 구조가 일자로 변형돼 신체 본연의 만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잘못된 자세와 습관으로 인해 일정한 힘이 허리와 목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뼈 주위 근육이 계속 당겨져 늘어나게 된다. 약해진 근육으로 인해 피로가 증가하고, 뼈와 뼈 사이의 간격은 좁아져 디스크 손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깨통증, 목의 뻐근함, 무기력함 등은 목 디스크로 가는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이를 방치하지 말고 실생활에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목뼈에 변형이 온 사람들 중 대부분이 척추 뼈에도 변형이 온 경우가 많아 척추 건강도 함께 돌봐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틀어져버린 우리 몸은 수면시간에 제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잘못된 수면 자세를 취하면 오히려 목뼈와 허리뼈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바람직한 수면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수면자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허리뼈와 목뼈가 지닌 고유의 C자 커브를 유지시켜 근육과 뼈의 긴장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 중에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쿠션이나 수건, 또는 기능성 베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바로 누운 자세에서는 뒤통수 부분이 최대한 바닥에 닿도록 낮은 높이를 유지하되, 경추 쪽은 10~12Cm정도 높이로 맞추어 사용하는 것이 경추의 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는 목뼈와 허리뼈가 일직선으로 유지되는 높이의 베개를 사용해야 좋다. 어깨 높이를 고려해 바로 누울 때보다 팔뚝만큼 더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경추와 척추건강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허리 베개를 사용하면 늘어난 허리 근육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허리뼈에 가해지는 압력도 30% 가량 줄일 수 있다. 이때 솜이나 깃털 충전재의 쿠션감있는 베개보다는 폴리우레탄과 같이 적당히 경도가 있는 재질의 베개를 사용해야 요추의 C자 커브를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척추가 일자로 변형된 사람의 경우, 무릎까지 굽은 경우가 많은데 이때 무릎베개를 사용하면 굽은 다리의 각도가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럴 땐 무릎베개보다는 발목에 베개를 사용해야 다리를 곧게 펴는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
척추, 허리 건강에 베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능성 제품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헬스케어 전문 브랜드 '닥터신'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C자 커브 회복을 돕는 요추, 경추 베개와 굽은 무릎을 펴서 전체 골격을 바로잡는 발목 베개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닥터신 관계자는 "요추·경추·발목 베개 등 기능성 3종 배게는 머리의 고른 압력 분포와 C-커브(경추 35도~45도) 설계를 통해 경추를 지지하며, 목, 허리, 다리의 균형적인 압력 분산을 통해 수면시간 동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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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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