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단일 계약 기준 몇 년만의 최대 규모의 일감을 따내며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선사들의 발주가 꾸준히 이어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전날 국내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과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건조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8억달러(약 9102억원)로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2년 그리스 선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한 이래 최대 규모다.
폴라리스쉬핑은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브라질 발레로부터 철광석을 실어 나르기로 하는 용선 계약을 체결해 이에 쓸 배를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폴라리스쉬핑 외에도 팬오션이 4척, 에이치라인·SK해운·대한해운이 각각 2척씩 발레로부터 용선 계약을 따내 조만간 국내 조선업계의 VLOC 추가 수주도 유력한 상황이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도 모두 11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가 발주한 일감을 두 회사가 나눠 가진 것이다. 2만20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1개) 컨테이너선을 삼성중공업이 6척(1조1100억원), 대우조선이 5척(9100억원)씩 각각 짓는다. 단일계약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은 7년만에, 대우조선은 2년만에 최대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의 이번 수주로 고부가 선박 제조에서도 중국 조선업계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부 덜 수 있게 됐다. 앞서 국내 조선 빅3은 세계 4위 컨테이너선사인 프랑스 CMA-CGM이 발주한 9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중국 조선소에 뺏긴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파격적 금융지원(선가의 95%)에 힘입은 최초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라 안전한 인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선사들 사이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 경쟁이 붙어 국내 조선업계의 몫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아직 해운 시황이 회복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선박 발주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왔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해운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들은) 비용절감을 해야 할 게 아니냐"며 "현재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지난 2000년대 후반 한국 해운사들이 7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해운시황이 바닥인 상태에서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복 확대 경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또 다시 선복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 머스크,
실제 지난주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736포인트로 전주 대비 39포인트 하락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해운 물류대란이 일어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