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는 지난 7월부터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불법 파견 형태의 고용이 있었다고 보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에 대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시정명령을 이주 내 본사에 전달할 방침이다. 시정명령 이행을 거부할 경우 사법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업계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영업과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본사의 교육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부 발표에 반발해 반박자료를 냈고, 본사가 직접 고용에 나설 경우 당장 문을 닫게 된 협력업체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단 각오다.
가맹점주들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는 한편 본사가 직접 고용한 제빵기사가 점포로 올 경우 업무 지시가 어렵고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8개 시민단체는 고용부의 시정 지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는 하루동안 관련 토론회 2개나 열리며 여의도마저 들썩이고 있다. 파리바게뜨 고용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정의당은 고용부 결정에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보수야당은 자유경쟁 시장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치열하게 대립하는 각 입장을 28일 들여다봤다.
◆ "에어컨 청소마저 해야하나" 억울했던 제빵기사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주최로 전일 열린 긴급토론회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석한 제빵기사 A씨는 그동안 파리바게뜨 본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을 제빵기사들에게 수렴한 결과 에어컨 청소를 시키거나 청소 후 사진을 찍어보내야 하는 등 제빵 외 업무가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출·퇴근 시간을 본사 담당자에게 보고하거나 제빵기사의 근무태도와 인사를 관리하는 사례마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신인수 변호사는 "제빵기사가 왜 에어컨을 청소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처럼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빵기사에게 제빵 업무라는 본연의 업무 외 청소 후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지시할 만큼 매우 광범위하고 세부적이고,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가 쉬는 날에는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 지원기사가 그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며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영과 협력업체를 가리지 않고 통일적으로 인력을 관리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는 호봉제가 아닌 탓에 임금 처우와 휴무가 본사 지원기사와 다르다. 이들은 본사 소속으로 전환된다면 근무환경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본사가 직접 고용하면 문제 해결? '을'끼리 싸우게 만든다"
12년 동안 파리바게뜨 점포를 운영해온 점주 B씨는 토론자가 아님에도 토론회에서 "할 말은 해야겠다"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퇴직 후 제빵 경험이 없어 프랜차이즈 빵집을 선택했다는 그는 12년간 점포를 운영하면서 8명의 제빵기사와 함께 있었다.
B씨는 "나도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다. 제빵기사의 노동환경이 문제라면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함께 일하던 제빵기사가 파리바게뜨 점포를 차렸다. 부당한 사례만 있다면 이같은 결정은 어렵다. 협력업체 제빵기사 도급 계약은 점주와 본사가 상생하는 구조인데, 부당한 지휘 감독이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고용체계를 이렇게 갑자기 바꾸면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데 본사 소속이면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빵기사 비용을 본사가 30% 지원하는 현 상황에서 직접 고용하면 해당 지원이 사라져 점주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제품 가격 역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B씨는 "파리바게뜨 점주 10명 중 4명은 제빵기사보다 못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예정된 상태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내년엔 평균 3%대로 마진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직접 고용하면 프랜차이즈 업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건 옳지 않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점주 C씨 역시 "일 년 평균 신제품 200개가 나오는데 인기제품보단 판매량이 좋지 않다. 현재는 제빵기사와 협의해 신제품 비율을 맞추지만 본사 소속 제빵기사들이 오면 신제품 압박이 늘어날 것"이라며 "AI(조류인플루엔자)와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젠 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온다. 점주를 죄인 아닌 죄인으로 몰아가는 기분이다. 을끼리 싸움을 붙인다"고 지적했다.
◆ 고용부 "명령 철회없다…유예기간 연장·자구안 검토 가능"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대한 시정명령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자구안을 제시하면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이번 고용부의 결정은 제빵기사에게 실제로 지휘·명령을 내린 사용사업주가 협력사가 아닌 파리바게뜨 본사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파견법상 사용사업주가 규정 위반 시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5000명이 넘는 제빵기사를 한 번에 직접 고용하기 어렵다면 파리바게뜨 본사가 고용 개선 의지를 보일 시 유예기간을 주는 것은 검토 후 가능하다"면서 "일각에서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사, 점주가 함께 만든 제빵 합작회사나 협동조합 얘기가 나오는데 고용부에는 접수된 내용이 없다. 자구안 갖고 오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 해 영업익 다 써도 제빵기사 인건비 충당 못해…벼랑 끝에 선 SPC
SPC그룹은 일단 자구책 마련에 힘쓰는 모습이다. 아직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오지 않은 만큼 입장 발표 역시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SPC그룹은 고용부 시정명령대로 5378명의 제빵기사를 모두 본사 직원으로 고용할 경우 연간 6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영업이익이 65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의 직접 고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 판단이다. 가맹본부인 파리크라상 정규직원 수가 5296명인 만큼 현 정규직원 수보다 많은 인원을 한 번에 고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SPC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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