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훈, 메타비스타 대표 |
국내 유일의 액화수소 저장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메타비스타 백종훈 대표(50·사진)는 28일 선진국들에 뒤처진 액화수소 관련 연구개발(R&D) 투자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소액화 연구원 출신으로 2015년 극저온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셀스콧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수소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현실 인식이 아직도 '먼 훗날'의 얘기로 치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백 대표가 강조하는 액화수소 분야는 일본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가열차게 진행 중이다. 현재 수소자동차는 기체상태의 수소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액화상태로 전환하면 850배의 밀도를 갖게 돼 대형 화물트럭도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이동할 수 있는 궁극의 청정에너지다. 문제는 액화에 필요한 극저온기술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액화 과정에서 압력을 높인 다음 열교환기를 통해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설령 액화에 성공했더라도 충전과정에서 외부에 노출된 관을 타고 가다가 미세하게 온도가 올라가면 바로 기화해 극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단열재(에어로폼)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메타비스타는 액화수소 저장탱크 분야와 드론, 비행체, 잠수정 등 이동 수단에 대한 자율조종 분야에서 1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페스마이어와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극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고효율의 에어로폼을 만들어 내년 초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백 대표는 "에어로폼의 배합 비율에 따라 해당 제품을 열병합 발전소의 열공급배관 주위를 둘러싸는 단열재로 활용할 경우 현재 상용화한 단열재보다 열손실을 한층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의 진입단계인 극저온 단열재 품목부터 자동차 액화수소 저장탱크, 수소차 충전소, 대형 액화수소 탱크, 해상수송용 초대형 액화수소 화물창 등 업스트림으로 이어지는 제품들에 대한 설계와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에는 현대·기아차는 물론 유럽과 일본 완성차브랜드에 차량 내장재를 납품하는 부품업체 '화진'을 인수해 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도 갖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금 액화수소 관련 신산업 출현에 대비해 가스 공급사들부터 치열한 '규모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공급을 주도하는 기업은 독일의 세계적인 산업용가스 및 엔지니어링 기업인 린데그룹과 프랑스의 에어리퀴드, 미국의 에어프로덕츠 등이다.
독일 린데그룹은 최근 이사회에서 미국 프렉스에어와 700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결의해 세계 최대 가스 공급사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시장의 강자인 린데그룹과 미주대륙을 휘어잡고 있는 프렉스에어가 합치면서 경쟁사인 프랑스의 에어리퀴드를 추월하게 됐다.
문제는 액화수소 시장에 대한 한국 산업계의 낮은 주목도다. 백 대표는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수소 충전인프라 구축에서부터 대용량 액화수소 저장시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혁명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기체
백 대표는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은 초경량 드론용부터 운송용 탱크까지 무궁무진한 산업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수소에너지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도 정부의 관심과 인프라 구축 노력으로 신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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